R3 “블록체인으로 480억달러 영국 미청구 연금 추적 가능”

      2020.02.27 13:22   수정 : 2020.02.27 13:22기사원문

미국 뉴욕 R3 본사의 디지털 신원 부서를 총괄하는 아바스 알리(Abbas Ali)는 올해 연금 기관들이 사용할 수 있는 R3의 자체 블록체인 솔루션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먼저 기술을 접목할 영국의 경우 연금 수령자는 330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연금 전문 컨설팅 업체 프로파일펜션(Profile Pensions)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가입한 연금 중 하나는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24%나 됐다.

전국적으로 1600만 건의 미청구 연금이 존재하고, 각 미청구 연금의 평균 가치는 2만 3천 파운드(약 3600만원)으로 추정된다. 프로파일 펜션은 이 추정치를 토대로 미청구 연금 액수가 영국에서만 370억 파운드(59조 원)에 이를 것으로 결론 내렸다.


비단 영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호주 국세청은 2017년~2018년의 미청구 연금 액수가 175억 호주달러(1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연금지급보장공사(Pension Benefit Guaranty Corporation, PBGC)도 지난 2013년에 미국의 미청구 연금 규모가 무려 580억 달러(70조 원)가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R3가 꼽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바로 ‘신원’이다.

“연기금 관리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들고 비중이 큰 업무가 연금 가입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일이다. 매년 가입자의 생존 여부와 연금 수령 자격을 검증한 뒤 갱신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 아바스 알리, R3 디지털 신원 부서 총괄

알리는 많은 연금 기관이 가입자의 신원을 검증하기 위해 가장 최근 주소지로 서류를 보내거나 사무실에 직접 방문해 연금 수령 자격을 갱신해달라고 요청하는 것 외에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은 검증 시스템으로서 허점이 너무 많다. 많은 사람이 질병, 의지, 거리 등 다양한 이유로 사무실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고, 특별한 이유 없이 방문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연금 가입자들이 새 주소를 알려주지 않으면, 연금 기관은 가입자에게 연락할 유일한 방법을 잃는 셈이다.

■사용자에게 권한을 주면?

알리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글로벌 파트너들과 디지털 신원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세계 최대 신원 관리 기업 중 하나인 탈레스 그룹의 자회사 제말토(Gemalto) 같은 테크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제말토는 정부 연기금의 회원이기도 하다.” - 아바스 알리, R3 디지털 신원 부서 총괄

현재 시스템에서는 근속 기간 중 서명하는 모든 연금 서비스마다 제각각의 신원 프로필을 작성해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한 R3는 여권이나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신원 프로필을 한 번 작성한 뒤 이를 연동해 모든 연금 기관에 공유하고 해당 프로필에 연금 가입과 납입, 수령 내역을 기록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플랫폼에서는 디지털 신원을 관리하는 권한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3자가 아니라 연금 가입자들에게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사용자가 자신의 신원을 관리하고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정부를 포함한 기관들에 필요한 신원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아바스 알리, R3 디지털 신원 부서 총괄

R3의 블록체인 플랫폼 코다(Corda)는 이미 신원 관리 시스템을 여러 개 구축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퍼시스턴트(Persistent)가 코다에 론칭한 디지털 신원 솔루션은 사용자가 자기 신원을 직접 만들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또 다른 기업인 코덴티티(Cordentity)는 기업형 블록체인 하이퍼레저에 통합될 수 있는 신원 관리 시스템을 제공한다.

하지만 알리는 블록체인 플랫폼에서의 신원 관리 시스템이 가장 큰 경제적 가치를 낳을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로 연금 행정 분야를 꼽았다. 한 예로, 블록체인 스타트업 그로우슈퍼(GROW Super)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호주에서 잃어버린 직장 연금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러한 아이디어에 정부 부처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에 독일 정부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신원 시스템을 위한 시범 프로젝트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꼭 블록체인이어야 하나?

많은 전문가가 표준화된 디지털 신원 프로필의 유용성을 인정하지만, 적잖은 이들이 여전히 블록체인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회의적이다.

전자 결제 자문회사인 컨설트 하이페리온(Consult Hyperion)의 데이비드 버치 이사는 블록체인으로 인해 얻는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버치 이사는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도 블록체인 수준으로 사용자에게 자신의 디지털 신원을 관리하고 공유하는 권한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증 가능한 신원이 분산원장에 저장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데이비드 버치, 컨설트 하이페리온 이사

블록체인에서는 사용자가 자신의 신원을 유지하고 그 책임도 직접 진다는 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반대로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는 제3자 업체가 자신의 프로필을 관리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의 신원 관리 시스템이 개인 암호(private keys)를 분실하면 마땅한 복구 방법이 없다는 것도 위험하다고 버치 이사는 덧붙였다.

/코인데스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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