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가 선택한 여행규칙 솔루션 시프트(Shyft)를 살펴보자
2020.02.28 10:57
수정 : 2020.02.28 10:57기사원문
거래량 기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시프트 네트워크(Shyft Network)와 손을 잡았다. 디지털 자산의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와 기업들이 고객의 신원, 자산의 출처, 목적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여행 규칙(travel rule)’을 지키기 위해서다.
바베이도스에 본사를 둔 시프트 네트워크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지난해 암호화폐 규제 표준에서 밝힌 여행 규칙을 지키는 솔루션을 개발해왔다.
거래 당사자의 신원을 비롯한 정보가 자금과 ‘함께 여행해야 한다’는 뜻에서 규제에 여행 규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존 금융 기관들은 이를 잘 지켜왔지만, 익명성이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인 암호화폐는 여행 규칙을 곧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업계는 FATF가 규제 표준을 발표했을 때부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바이낸스에서 규제준수 업무를 총괄하는 새뮤얼 림은 “빈틈없이 규제를 지킬 수 있는 개발 능력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규제 기관과 긴밀히 협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점에서 시프트는 돋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낸스는 여행 규칙을 지키는 솔루션을 접목하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기반 기술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낸스와 제휴를 맺고 지원을 받게 된 것은 시프트 네트워크에도 중요한 일이다. 시프트 네트워크는 이더리움 기술을 이용해 국제 은행 간 통신협회(SWIFT)의 암호화폐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었다. 시프트 네트워크는 지난해 10월 FATF의 비서실장을 지낸 릭 맥도넬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
“우리는 지난 아홉 달 동안 여러 대형 거래소들과 많은 일을 같이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우리와의 제휴를 공식 발표한 거래소가 바이낸스가 되어 기쁘다. 하지만 훨씬 더 많은 거래소와 업체들이 우리와의 제휴를 곧 발표하게 될 것이다.” - 조셉 와인버그, 시프트 네트워크 공동창업자
G20 국가들이 모두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올해 6월 회원국들의 규제 표준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소와 기업들이 여행 규칙을 완전히 이행할 만큼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짧았다. 바이낸스의 새뮤얼 림도 바이낸스가 “4~5개 업체와 여행 규칙 솔루션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며, “시프트뿐 아니라 여러 업체와 여행 규칙을 제대로 지키는 데 필요한 솔루션을 협의하고 있으며, 다만 시프트와는 제휴가 확실한 만큼 먼저 제휴 사실을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다른 업체와 다른 솔루션을 두고 논의할 수도 있지만, 일단 지금은 시프트가 개발한 여행 규칙 솔루션을 도입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여행 규칙을 제대로 준수하려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 가상자산 사업자(VASPs,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 과정 전체를 포괄하는 신원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개인 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가상자산 사업자끼리 공유할 수 있는 수준의 거래 당사자 신원 확인에 필요한 정보를 저장해야 한다. 그리고 표준화된 정보 공유, 데이터 전송, 통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최우선 요건은 상호운용성
업계가 어떤 솔루션을 채택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다. 한쪽 거래소에서만 작동하는 솔루션은 정보를 공유하고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아무런 쓸모가 없다.
“유럽에서 만들어낸 솔루션을 아시아에서 쓸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때는 상호운용성을 최우선으로 챙기지 못한 두 솔루션 모두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여러 솔루션 사이에 경쟁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솔루션을 차별화해 우위를 취하려는 전략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여행 규칙을 지키려면 수많은 정보를 원활하게 주고받고 공유하는 거대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수밖에 없고, 그때는 솔루션들 사이에 경쟁보다 협력이 필수다. 호환되지 않는 솔루션은 그때는 의미가 없다.” - 새뮤얼 림, 바이낸스 규제준수 업무 총괄
시프트 네트워크가 개발한 솔루션은 세 가지 레이어(layer)로 이뤄져 있다고 와인버그는 설명한다. 우선 이더리움 코드베이스를 고쳐 만든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기본 레이어다. 그리고 양 거래 당사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데이터를 공유하는 원칙을 적용하는 스마트계약이 두 번째 레이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최상위 레이어에서 실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와인버그는 시스템의 기반 레이어들이 다른 여행 규칙 솔루션과 호환된다고 설명했다. 시프트 네트워크 외에도 대표적인 여행 규칙 솔루션 개발 업체로는 가상자산 사업자를 검증하는 인증서를 발급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이퍼트레이스(CipherTrace), 탈중앙화 방식을 선호하는 넷키(Netki), 시프트처럼 이더리움 기술을 활용한 스위스 업체 오픈VASP(OpenVASP) 등이 있다.
와인버그는 오픈VASP와 이미 시스템을 호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프트 네트워크가 이더리움에서 포크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이므로, 오픈VASP에 있는 모든 스마트계약을 곧바로 시프트에 옮겨 실행할 수 있다.”
암호화폐 기업이 채택할 수 있는 여행 규칙 솔루션은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이어야 한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반대로 규제를 지키는 문제는 중앙화된 시스템을 따르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바이낸스의 새뮤얼 림은 어떤 기술을 선택하든 바이낸스는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여행 규칙 솔루션이 이더리움 토큰 규정 ERC-20을 기반으로 하든, 리플, 아니면 바이낸스 체인을 토대로 운영되든 우리는 걱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기반 기술과 네트워크는 아무래도 좋다. 쥐를 잡을 수 있는 고양이만 있다면 그 고양이가 곧 우리에겐 최고의 해결책이고 가장 적합한 기술이다.”
/코인데스크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