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코하마, 인파로 북적이던 최대 상권마저 찾아오는 손님 없어 휴업
2020.03.01 17:58
수정 : 2020.03.01 17:58기사원문
이 곳에서 17년간 한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했다는 한 아라이(50대·남성)라는 이름의 일본인 상인은 "코로나19 여파로 평소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거리의 인파가 줄었다"며 "이렇게까지 사람이 적은 건 이때까지 17년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꽤나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요코하마 차이나차운에선 한 명의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도 이런 상황이 왔다"며 "손님이 이렇게 감소한 건 대이변이다"고 연신 읊조렸다. 다른 상인들도 평소 대비 중화가 방문객이 10%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 19 감염자가 많은 중국을 향한 일본인들의 경계심이 커지면서, 일본 현지의 중국인 사회가 이른바 '중국인 포비아' 내지는 '풍평피해'(風評被害·잘못된 소문 등으로 인한 피해)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풍평피해는 '뜬 소문'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는 뜻으로, 집단적·위험회피성향의 일본 사회에서 만들어진 용어다.
당일과 그 다음날, 역시 인파가 줄었다는 일본 도쿄 긴자·시부야 등지와 비교해도 코로나 19로 인한 차이나타운의 충격은 몇 배 이상이다. 코로나가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1일부터 17일까지 일본의 전국 백화점 매출이 전년 동월대비 15% 감소한 점에 비하면, 차이나타운은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었다. 아라이씨의 가게 옆에 위치한 타피오카 음료 판매점은 전날부터 아예 임시 휴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기념품 가게며 대형 식당 일부도 임시 휴업 안내문을 내걸었다. 평소엔 30분씩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는 차이나타운의 명물 소롱포(만두)가게 역시 손님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대형 기념품 가게의 주인은, 취재 사실을 밝히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중화가 상인회에 연락하라. 그 곳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말도 붙이지 못하게 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 중부 교토부에선 코로나19 확산을 둘러싸고 중국인을 비방하는 전단을 살포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 가뜩이나 흉흉한 민심에 불을 붙이고 있다. 불법적으로 전단을 살포하거나 전봇대에 내걸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일본인 용의자는 다름아닌 대기업 간부(58)였다. 그는 "코로나에 감염된 중국인들이 일본에 못오게 하고 싶어서 그랬다"며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 이 신문은 2월들어 부쩍 중국을 비방하는 내용의 전단지가 교토 관광지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사회의 극도의 예민한 반응이 비단 중국인 뿐만 아니라 코로나 확산에 따라 서서히 한국인과 한국사회를 향해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도쿄 곳곳에서 수 년간 운영 돼 온 각종 한·일 언어 문화 교류회가 최근 일시 중단됐다. 코리아타운이 형성돼 있는 신오쿠보도 차이나타운에 비할 바는 아니나, 평소보다 인파가 소폭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반적으로 일본 사회가 각종 모임·행사 등을 중지하고 있는 여파가 큰데다 최근 한국에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