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먹힌 ‘0.5%P 빅컷’… "추가 인하로 제로금리 가능성"

      2020.03.04 17:37   수정 : 2020.03.04 17:37기사원문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파격적인 금리 인하 효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0~1.25%로 0.5%포인트 긴급 인하를 단행했다. 연준의 전격적이고 과감한 금리인하로 전 세계 중앙은행과 정책당국의 대응 속도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반면, 파격적인 인하 단행에도 뉴욕 증시는 오히려 하락해 금리효과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됐다. 이에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책을 내놓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례적인 전격 금리인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의 이날 금리인하는 정례 FOMC가 아닌 시기에, 일반적인 0.25%포인트의 2배 수준인 0.5%포인트라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단계별로 조정하는 일명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을 깨고 과감한 '0.5%포인트 빅컷' 수준의 파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는 평가다.

파월은 전날 밤 화상회의로 긴급 FOMC를 주재했고, 이 자리에서는 금리인하에 어떤 반대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3차례 금리인하 당시 매파 위원 2명이 금리인하 반대를, 온건파 위원 1명은 더 큰 폭의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연준이 정규 FOMC가 아닌 긴급 화상회의를 통해 금리를 내린 사례는 많지 않다.

닷컴거품 붕괴 당시인 2001년 초, 그리고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미 경제가 최대 침체에 빠지기 직전인 2008년 초같이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을 때만 이뤄졌다.

연준의 금리 인하 단행은 코로나19에 대응하려는 각국에 금리 인하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는 각국 중앙은행들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 등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실제로 연준의 금리인하에 앞서 이날 호주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췄고,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 총재·재무장관들도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는 등 각국의 국제 공조와 대응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주식시장 폭락…금리카드 약발 논란

문제는 연준의 금리인하 약발이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월 의장이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해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를 1~1.25%로 낮췄지만 금융시장은 금리인하 뒤 반짝 오름세를 보이다 곤두박질쳤다고 전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지수가 8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는 등 3%에 육박하는 폭락세를 기록했고, 국채 수익률도 급락했다.

국채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16%포인트 하락한 0.999%로 마감해 사상처음으로 1% 선이 무너졌다. 또 통화정책에 민감히 반응하는 2년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0.20%포인트 내린 0.705%로 밀렸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은 가격이 폭락하고, 안전자산인 국채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급락한 것이다.

일각에선 코로나19라는 보건 문제 대응으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낸 것은 잘못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기습 금리인하로 오히려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냈다고 진단했다. 예정에 없던 금리인하를 단행할 만큼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인식을 전했다는 말이다.

과거 경제위기 때에는 저금리로 수요를 진작하는 전통적인 금리 정책이 효과를 봤다. 금리인하 카드는 수요를 진작시키는 경기부양책에 어울린다는 뜻이다. 반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부품 공급망 차질부터 소비 활동 위축 문제는 금리인하 카드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축에 대응할 수단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런던 투자운용사 알지브리스 창업자인 데이비드 세라는 "병을 고치려고 은행에 간다면 이는 문제"라면서 "지금 상황을 통제하는 것은 중앙은행들이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라고 지적했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세마 샤 전략가도 "방역에 따른 봉쇄와 여행 제한이 도입될 경우 정책금리 인하가 어떻게 경제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 여전하다"면서 "분명한 것은 금리인하가 텅 빈 상점의 선반을 다시 채우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샤는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어떤 희망도 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추가 인하로 제로금리 예고

이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파월 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이를 억제하기 위한 (방역) 수단들이 미국과 해외에서 앞으로 한동안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앞으로도 '적절한 대응'에 나서겠다며 추가 통화완화를 시사했다.

JP모간체이스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연내 제로금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페롤리는 연준 기준금리가 '제로'로 낮아질 가능성을 지난주 33%에서 지금은 50%로 높여 잡았다.

SEI 인베스먼트 포트폴리오 전략 책임자 제임스 스미걸도 금리인하가 "시장 심리 안정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효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며 주가가 폭락하고,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더 떨어졌다는 것은 "시장이 제로금리 상황으로 가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채권펀드 핌코의 티파니 윌딩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코로나19) 충격이 확대되기보다는 완화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만들고 싶어한다"면서 "연준이 충격 요법을 쓰는 것이 타당할 만큼" 경기침체 위험이 고조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긴급 FOMC를 통한 금리인하를 예측했던 골드만삭스는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성장률 급락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1·4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기준 0.9%로 하락하고, 2·4분기에는 성장률이 더 떨어져 '제로성장'할 것으로 비관했다.


한편 미국의 재정정책 병행도 가시화하고 있다. 미 의회는 이번 주 70억~80억달러 긴급 예산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규모가 어떻든 무조건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미 한국·이탈리아가 대규모 재정투입에 나섰거나 추진 중이고, 지난해 경기침체에 빠진 홍콩은 성인 거주자 1인당 1284달러의 현금을 지급하고 약 200만 노동자의 소득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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