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기관 종사자 10% 성희롱·성폭력 경험…'직장 내 괴롭힘' 34%
2020.03.05 15:07
수정 : 2020.03.05 15: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체육관련 단체나 기관 종사자 10%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은 34%에 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체육 관련 종사자 1378명을 대상으로 한 '체육 관련 단체·기관 종사자 성폭력 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시도, 시군구 조직 및 종목별 가맹단체 포함),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체육 관련 단체 및 기관 종사자다. 지난해 프로스포츠협회에서 선수·지도자·종사자 등을 조사한 적은 있지만, 관련 종사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은 처음이라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분석 결과 최근 1년 이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피해는 34.1%였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45.5%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에는 '회식참여 강요'가 1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16.2%)', '욕설 및 위협적인 언행(13.4%)', '음주 또는 흡연 강요(13.1%)' 등 순으로 나타났다.
성희롱·성폭력 피해는 10.0%가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여성이 21.1%로 남성(2.9%)보다 7배 이상 높았다.
피해 유형별로는 '불쾌감을 주는 성적인 농담, 성적 이야기 등을 하는 행위(전화통화 포함)'가 6.2%로 가장 높았다. '회식자리 등에서 옆에 앉혀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4.5%), '포옹, 손잡기, 신체밀착, 안마, 입맞춤 등의 신체 접촉행위'(3.3%)도 빈번했다.
특히 성관계를 전제로 승진 등을 제안하는 행위(4건), 강제로 입을 맞추거나 키스나 포옹을 하거나 몸을 만지는 행위(11건) 등 심각한 사례들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피해자들 중 내·외부 기관을 통해 신고하거나 절차를 밟는 경우는 10.2%에 불과했다.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구설수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52.2%)가 가장 높았으며, '어떤 행동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41.9%), '항상 일어나는 일이고 다들 가만히 있으니까'(39.7%) 등 순이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의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체육단체 및 기관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남성 중심, 상명하복 등의 위계적 조직문화를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자문과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