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채권 올해 4조7000억원 만기… 기업 유동성 경고등
2020.03.11 18:29
수정 : 2020.03.11 18:29기사원문
11일 코스콤에 따르면 올해 만기를 맞는 풋옵션 채권은 모두 4조7715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풋옵션을 내건 회사채의 만기일이 향후 3년 안에 집중돼 있다. 이날부터 2022년 말까지 해마다 4조원 이상의 풋옵션부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전체 규모는 13조7900억원에 이른다. 향후 2030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풋옵션부 회사채(18조1024억원)의 76% 수준이다.
문제는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제유가 급락 여파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메자닌 채권을 중심으로 풋옵션 행사비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전환권 행사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기보다 원금을 조기에 상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상장기업인 금호전기가 지난해 10월 발행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풋옵션 신청을 받은 결과 풋옵션 비율은 발행금액(200억원)의 66.63%에 해당하는 133억원에 달했다. 행사종료일은 오는 16일까지로, 풋옵션 비율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코스닥 상장사 웨이브일렉트로닉스도 지난해 4월 발행한 전환사채(CB)에 대해 한 달간 풋옵션 신청을 받은 결과 풋옵션 비율이 100%를 채웠다.
신용도가 디폴트 근처까지 내몰린 기업에는 풋옵션이 더 큰 부담으로 여겨진다. 에코마이스터는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풋옵션을 내건 CB, BW를 약 295억원어치 발행했다. 이후 에코마이스터는 지난달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3억원을 연체하면서 같은 달 신용등급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인 CCC등급으로 강등됐다.
에코마이스터가 2018년 5월 발행한 CB 200억원 가운데 20억원은 주식으로 전환됐지만 180억원은 여전히 채권으로 남았다. 이에 에코마이스터는 풋옵션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 차단에 나섰고, 채권단의 협조로 출자전환 확약을 받았다. 출자전환은 다음달 마무리될 예정이다.
기업들은 풋옵션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차입을 늘리거나 유상증자에 나선다. 두산건설의 경우 지난해 2월 BW 풋옵션 비율이 90%에 육박하자 디폴트 가능성이 대두됐고, 두산중공업으로부터 3000억원을 급하게 빌려 급한 불을 껐다.
무등급 채권의 경우 위험성이 더 크다. 통상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강등 결정을 함으로써 시장에 경고음을 준다. 무등급 채권은 시장에 경고음이 없어 향후 투자자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