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부익부 빈익빈…연쇄 도산 우려 고조
2020.03.30 11:39
수정 : 2020.03.30 11:39기사원문
전세계 회사채 시장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연쇄도산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이하 현지시간)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디즈니, 화이자 등 세계 최고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들이 신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수천억달러를 끌어들이는 반면, 미국과 유럽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 또는 정크본드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 꽉 막혔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전세계 '투자등급' 기업들이 이달 들어 셋째주까지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모두 2440억달러어치로 지난해 9월 기록한 사상최고치 2520억달러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지난주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점을 감안하면 3월 전체 회사채 발행규모는 사상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미국 기업들이 흐름을 주도해 사상 최대 수준인 1500억달러어치를 발행했고, 유럽 투자등급 기업들도 280억달러어치를 발행해 현금을 확보했다. 2주전만 따로 보면 미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이미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730억달러어치를 찍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해 매출이 없어도 현금 확보를 위해 최대한 회사채 시장에서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통상 인수합병(M&A)을 앞두고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던 패턴과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로 코로나19에 따른 높은 불확실성과 대규모 발행에 따른 공급 물량 증가로 회사채 수익률은 급등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ICE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투자등급 회사채 평균 수익률은 현재 3.9%로 이달 초 기록한 사상최저치 2.26%보다 1.5%포인트 넘게 폭등했다. 그래도 기업들은 발행만 할 수 있다면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시장의 현금을 모두 끌어들일 기세다.
버크셔는 4일 10년만기 회사채를 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보다 0.9% 높은 수익률로 5억달러어치 발행했다. 또 1주일 뒤에는 버크셔의 에너지 자회사가 미 국채 수익률보다 2.85%포인트 높은 수익률로 10년만기 회사채 11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전세계 은행들도 채권 발행에 혈안이 됐다.
리피니티브 자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웰스파고,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전세계 대형은행들이 발행한 채권 규모는 4080억달러어치에 이른다.
회사채 발행은 15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사상 최초로 회사채 매수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등 각 중앙은행의 대규모 경기부양 방안이 잇따르는 가운데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반면 신용등급이 낮거나 고수익, 이른바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한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 아예 접근이 봉쇄됐다.
4일 이후 미 정크본드 신규발행은 '제로'를 기록 중이고, 유럽에서는 정크본드 발행이 한달 넘게 씨가 말랐다.
애널리스트들은 현금확보가 어려워진 투기등급 기업들로 인해 경제에 연쇄 기업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0년간 초저금리 속에 전 세계 회사채가 사상최대 수준인 9조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지만 회사채 수익률은 점점 오르고 있어 채무부담이 급증하는 반면 코로나19에 따른 셧다운 등의 조처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점점 현금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7일 경기침체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디폴트율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추월해 올해 18.3%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록다운(이동제한) 기간이 짧아지면 전세계 디폴트율은 올해 6.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의 아치 셰스는 "매출을 통한 현금 흐름에 주로 의존하는 기업들의 경우 매출이 끊긴다는 것은 심각한 충격"이라며 "동시에 이들 기업의 신용여건은 점점 더 악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