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 "미국도 감산하라"… 美는 셰일석유 보호 고집

      2020.04.06 18:20   수정 : 2020.04.06 18:20기사원문
2~3위 산유국들의 석유전쟁으로 시작된 유가 폭락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생산량 1위인 미국을 향한 다른 산유국들의 감산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각국은 일단 주요20개국(G20) 차원의 압박으로 미국의 감산을 유도할 계획이나 미국은 수입 석유에 고강도 관세를 붙여서라도 자국 석유업계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산유국 외교관들을 인용해 오는 9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그외 10개 산유국들(OPEC+)이 참여하는 긴급 화상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미국의 감산 참여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 2명은 일부 산유국들의 미국의 감산을 촉구하기 위해 이달 10일 G20 에너지 장관 회의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OPEC+의 감산 제의를 거부할 경우 G20 체제 안에서 감산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도 5일 인터뷰에서 "석유 과잉공급이 엄청난 규모"라며 "G20 국가들은 현재 의장국인 사우디와 함께 사태 해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유 가격은 이달 초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협상 결렬로 양국의 석유 생산량이 크게 뛰면서 올해 들어서만 50% 떨어졌다. 유가 폭락으로 미국 내 셰일 석유업계의 생존을 우려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일 사우디와 전화통화에서 6일 OPEC+ 긴급회의를 주선했지만 회의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 폭락 책임 공방으로 9일까지 미뤄졌다. 국제유가는 2~3일 두 자릿수 폭등을 기록했으나 회의 연기 소식이 전해지자 급락했다.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일 한때 9.2% 가까이 폭락했으니 이후 반등해 같은날 자정 기준 배럴당 27.24달러를 기록, 전 거래일 대비 3.88% 내려간 모습을 보였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도 같은 기간 약 8% 급락했지만 다시 올라 2.67% 떨어진 배럴당 33.2달러 수준에 거래됐다.

러시아 정부 자문단체인 외교국방정책회의의 표도르 루카노브 대표는 블룸버그를 통해 "지금까지 사우디와 러시아가 생산량을 줄이면 미국이 증산을 해 왔다"며 "미국이 감산에 참여하지 않으면 지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OPEC 내 생산 순위 2위인 이라크의 사메르 알갑반 석유장관도 5일 발표에서 "새 감산 합의는 OPEC+ 밖에 있는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같은 주요 산유국들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노르웨이는 OPEC+가 감산에 합의한다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미국은 국가가 민간 기업들의 생산량을 제한하는 조치에 회의적이다. 그는 3일 석유업계 경영자들과 만남 직후 "여긴 자유시장이고 기업들은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미 셰일 석유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 석유에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이어 다음날에도 "나는 해야 한다면 관세를 사용할 것이다. 다만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만약 관세를 붙이면 이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외국 석유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앞으로도 미국산 석유만 쓸 수 있고 이로써 셰일 산업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9일 회의에서 극적인 합의가 나오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우선 사우디와 러시아부터 감산 기준을 놓고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영 싱크탱크인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의 알렉산데르 딘킨 소장은 러시아와 사우디가 미국에 공개적으로 감산을 요구할 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러시아의 경우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일부를 풀기만 해도 화해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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