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發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제안, 기재부-전문가 "非현실적 주장"

      2020.04.07 17:05   수정 : 2020.04.07 17: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여야가 경쟁적으로 '퍼주기식' 긴급재난지원금 제안에 나서면서 재정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둔 정부가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정치권이 4.15총선을 목전에 두고 표를 의식해 선심성 예산을 앞다퉈 주문하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혈세가 동원되는 재난지원금을 정치권 입맛대로 대폭 확대하기에는 재정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 파수꾼’ 역할을 맡는 기획재정부와 각종 예산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퍼주기식 예산 배정 압박에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거냐”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집권여당과 제1야당 모두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소득수준과 관련 없이 모든 가구에 가구원 수에 따라 40만~100만원을 지급하자는 반면 통합당은 1인당 50만원씩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통합당 "100조원 마련 방안 있어"
지난달 30일 마련된 당정청 합의안(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에게만 지급)에 드는 예산은 9조1000억원이다. 민주당 자체 추산에 따르면 지급 대상을 상위 30%에까지 확대할 경우 필요한 예산은 13조원이다. 원안 대비 4조원만 추가 마련하면 된다는 것이 민주당 계산이다.

통합당안(案)대로 지급하기 위해선 25조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단순히 우리나라 인구 수 5184만9861명(2019년 주민등록인구 기준)에 50만원을 곱해 봐도 25조9249억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통합당안은 기존 당정청 합의안보다도 약 16조원은 더 확보해야 실현할 수 있다.

통합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예산 재구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빚을 내면서까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아도, 기존에 편성된 예산의 용도를 변경하면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통합당은 이 방식으로 100조원을 ‘코로나 예산’으로 마련하자고 했다.

이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도대체 어떤 항목을 줄일 건지 말해달라”며 ‘공허한 방식’이라고 비판하자,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필요하지 않은 예산을 정리해 며칠 내 ‘100조원 절감’ 방법을 마련해 국민에게 내놓겠다”고 받아쳤다.

신세돈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합당은 전용할 수 있는 100조원가량의 예산 목록과 지출 구상을 이미 갖고 있다”며 청와대가 영수회담에 하루빨리 응해야 한다고 했다.

■기재부·예산 전문가 "비현실적 주장"
예산 전문가들은 두 정당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추가로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자 국채를 발행하거나 세출 경정을 해야 한다.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우리 재정건전성에 큰 부담을 준다. 가뜩이나 지난해 우리 재정적자는 54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가채무도 1년 사이 50조원 가까이 불어나 699조원을 찍었다.

세출 구조조정도 한계가 있다. 이미 정부는 단 한 푼의 적자 국채도 발행하지 않고 오롯이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2차 추경안을 만들고 있다. 이마저도 ‘마른 수건을 짜는’ 심정으로 진행 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뼈를 깎는 세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표현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7일 낸 보고서에서 “통합당에서 제안한 방식인 예산 재구조화를 통해 마련 가능한 금액은 1조원 내외”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해외여비, 업무추진비, 관광 및 체육 예산 사업 등 삭감이 가능한 예산 내역을 공개했다.

여기에 융자사업을 이자 차이 금액으로 지원해주는 이차 보전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추가로 7조원가량을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사업성 기금을 구조조정 해 10조원 내외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를 다 합쳐도 통합당이 주장하는 100조원 확보는 요원하다.

한편, 청와대는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대상 확대 주장에 대해 "국회와 논의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정치권의 의견에 대해 청와대 역시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뜻이냐'는 물음에 "가능성을 열어뒀다, 닫아뒀다고 얘기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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