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마미손·박새로이·김서형... 총선 후보 캐릭터 도용 법적 책임은?

      2020.04.13 14:20   수정 : 2020.04.13 14: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펭수, 마미손, 박새로이, 김서형의 공통점은?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에 여념 없는 후보들이 캐릭터를 무단으로 사용하다 비난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관련 소속사와 작가 등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등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도용사례는 끊일 줄 모른다.

이유는 분명하다.

폭넓은 인지도와 이미지를 구축한 캐릭터를 활용하면 유권자에게 후보를 효과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어서다. 법에 저촉될지 모른다는 부담감보다도 촉박한 선거운동 기간의 제약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깨끗한 패자보다 얼룩진 승자를 높이 치는 게 정치판의 생리이기도 하다.


■진보부터 보수까지... 캐릭터 무단사용 반복


흥미로운 점이 한 가지 있다. 캐릭터를 선거운동에 사용한 정당과 후보에게 법적 책임을 문 사례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4일 배우 김서형 소속사 마디픽쳐스가 특정 정당이 배우 초상권을 무단으로 사용한 정황이 있다며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법적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지만 아직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부 더불어시민당 지지자들이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김서형이 연기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의 캐릭터를 정당 홍보 이미지에 활용해 논란을 샀다.

펭수, 마미손, 박새로이 등도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도용사례가 보고됐다. 사전 선거운동 기간부터 도용의심사례가 속출한 펭수는 강원도 원주갑에 출마한 박정하 미래통합당 후보 선거운동 사진에서 뜬금없이 등장했다. 사진에서 펭수는 박 후보 홍보물을 든 선거운동원 옆에서 선거운동을 돕는다.

펭수뿐 아니다. 서울 동대문갑에 나선 오준석 민중당 후보는 홍보 현수막에 래퍼 마미손의 상징인 복면 쓴 인물 사진과 함께 마미손 노래 ‘소년점프’를 개사한 문구를 넣었다가 비난을 받았다.

8일 마미손 소속사 세임사이드 컴퍼니는 공식입장을 내고 “당사의 동의 없이 마미손의 어떠한 이미지와 저작물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미지와 저작물 무단 도용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후보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주인공 박새로이에 자신을 빗대어 홍새로이라 표현했다가 빈축을 샀다. 원작자이자 드라마 각본을 쓴 조광진 작가가 자신의 SNS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자 홍 후보 측은 즉각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에서 인기를 얻은 캐릭터를 활용해 국회의원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전에 허락을 구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무단 사용이 의심된다.


■예외규정 해당 안 돼... 저작권자 허락 구해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까.

저작권법 제46조는 저작물의 이용을 위해 저작재산권자에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권리는 저작재산권자의 동의 없이 양도될 수 없고 허락된 이용범위를 넘어서 이용될 수 없다. 저작권이 인정되는 모든 저작물을 무단으로 활용하는 건 기본적으로 불법인 것이다.

물론 예외가 없지 않다. 동법 제28조에 따르면 공표된 저작물을 인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이다.

이에 대해 저작권법 전문으로 활동하는 백경태 변호사(법무법인 신원)에 문의하자 “총선 후보자들의 선거 유세 활동은 공익적인 성격은 있을지라도 후보자에 대한 ‘홍보’의 목적이 보다 크기 때문에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의 목적으로 비춰지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저작권법의 원칙에 따라 권리자에게 이용허락을 구한 뒤 저작물을 이용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후보의 선거운동을 법에 규정된 예외조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펭수를 선거운동에 이용하기 위해선 EBS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혹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패러디’의 영역으로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서도 백 변호사는 “패러디를 상당히 넓게 인정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패러디를 상당히 좁게 인정한다”며 “이미 존재하는 저작물을 패러디하는 것 역시 저작권 침해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답했다.

백 변호사는 이어 "사진이나 이미지를 차용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확립된 판결도 없지만 하급심에선 여전히 다퉈지고 있다"면서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부정되더라도 초상권 침해 문제는 남는다"고 덧붙였다.

저작권법은 제28조 외에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제35조의 3에서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게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규정 역시 후보자의 캐릭터 활용이 적법하다고 볼 근거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백 변호사는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저작권법 제35조의3이 규정하고 있는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조항이 자신들의 홍보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겠지만 패러디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제35조의3에 의해 보호를 인정받은 사례가 전무하다”며 “후보자들이 권리자의 이용허락을 받은 뒤 저작물을 이용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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