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 모인 항공업계 노조 "이러다 다 죽는다…정부, 신속 지원해야"
2020.04.14 15:39
수정 : 2020.04.14 15:53기사원문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과 전국연합 노동조합 연맹 등 20여명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항공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금융지원을 촉구한다"면서 "국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은 물론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보증, 세금 감면, 임금보조금 지급 등 현재 위기상황에서 항공사들이 버텨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조종사 노조 연맹에는 대한항공 조종사, 아시아나 조종사, 아시아나 열린조종사, 에어부산 조종사, 이스타항공 조종사, 제주항공 조종사, 진에어 조종사 등 7개 항공사 노동조합이 참여하고 있다. 전국연합 노조 연맹에는 한국공항 노동조합, 월드유니텍 노동조합, EK맨파워 노동조합, 케이텍 노동조합 등이 소속해 있다.
이날 모두발언에 나선 최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국가의 도움 없이 이번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다"면서 "항공업계가 도미노식 도산을 눈앞에 두고 있어도 정부 지원이 없는 건 정책 결정권자의 복지부동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각 항공사에 자구책을 요구하는 것은 응급환자가 수술비를 낼 수 있는지 따져보고 수술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항공업계를 우선 치료한 후에 잘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항공·공항 산업은 직접고용 8만여명, 연관 종사자 25만여명에 달하는 국가기간산업이라 정부가 주도해 산업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태웅 에어부산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미국 74조원, 프랑스 60조5000억원, 싱가포르 16조5000억원 등 해외 금융지원 사례와 비교해봐도 더 강력한 대출 지원과 직접보조금, 세금 면제 등 전방위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계에 미칠 파장에 따라 공항지역의 조업사, 하청업체 등까지 정부지원을 확대해 항공산업 전반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국 공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 항공사뿐 아니라 지상조업사 등을 포함한 항공업계 전반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선정할 것을 요구했다. 조상훈 한국공항 노조위원장은 "아웃소싱 업체 특성상 고용 유지 지원이 어렵다면 전국 공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선포해서 그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미 지상조업체 소속 2000여명이 권고사직했지만 5, 6월이 되면 더 많은 인원이 해고될 것"이라며 고용 불안에 처한 직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항산업에 대한 일시적인 해고제한법을 촉구한다"고 했다.
특히 조종사들은 항공사 휴업사태 장기화에 따른 자격유지 조건의 한시적 완화를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 현재 조종사들은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국토부 고시 운항기술기준에 따라 직급별, 기종별 비행 경험과 훈련을 통해 자격유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휴업이 장기화되면서 A380 등 일부 기종의 경우 시뮬레이터를 통한 훈련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에미레이트 항공사 조종사들의 자격유지 조건을 4개월간 자동 연장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나섰다. 김영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5월 넘어서까지 휴업이 장기화 될 경우 상당수 조종사들이 자격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각 항공사별 휴업상황과 전망, 훈련장비 현황 등을 전수 조사해 미래에 닥쳐올 조종사들의 대량 자격상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달 24일부터 모든 국내·국제선 운항 '셧다운' 상태에 빠져 직원 22% 안팎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나선 이스타항공에 대한 지원책도 호소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이상직 이스타항공 오너는 총선에 출마하고 그 일가는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챙기며 경영 부실을 야기했다"면서 "정부는 대출을 막고 자구노력을 하라고 하지만 아무 잘못 없는 직원들만 회사에서 쫓겨나는 상황"이라고 모든 항공사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