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장갑 끼고 한 표 선사.. 코로나 사태 속 시민의식 빛났다.
2020.04.15 17:46
수정 : 2020.04.15 17: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부산】 “정직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론 제발 싸우지 말고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생애 첫 투표를 하러 나왔다는 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 최모씨(21)는 이렇게 말했다.
시민들이 기대하는 다음 국회의 모습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높은 질서의식 보여준 시민들
“열 체크하겠습니다.”
부산 남구 대연1동 제1·3투표소 입구에서 선거 사무원이 말하자 남성 선거인이 고개를 앞으로 살짝 기울인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치러진 선거로 투표장 입구부터 열 체크, 비닐장갑 착용과 같은 절차가 추가돼 투표장 풍경을 바꿔놓았다.
대연1동 주민센터에는 제1 및 제3 투표소가 함께 마련됐다. 선거인은 먼저 신분증으로 주소지를 확인해 자신의 투표소를 확인해야 했다. 이어 비접촉 체온계를 든 선거 사무원이 열 체크를 했다. 체온이 37.5도 이하로 정상으로 나온 선거인은 손소독제로 소독을 한 후 위생장갑을 받고 투표장으로 올라갔다.
대연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3층, 4층 투표소에선 엘리베이터를 운행하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선거인이 투표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12시께 거동이 불편한 형수를 데리고 투표장으로 왔다는 한 부부는 “형수가 다리수술을 해서 차로 태워서 왔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으면 미리 점검을 하고 고쳐놨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투표를 못하게 돼서 너무 화가 난 다. 순 엉터리다”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추가된 절차만큼 대기 시간도 크게 늘어났다,
이날 오전 7시 부산진구 부전1동 제3투표소 입구에는 대기 줄이 50m 정도 이어졌다. 일부 선거인은 투표장 입구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엿보였다. 또 해운대 재송동, 우동과 같이 인구가 밀집된 지역은 최대 100미터까지 줄이 이어지면서 한 시간가량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줄은 줄어들었다.
이날 투표소를 찾은 한(63) 씨는 “한 20분 정도 기다렸다. 이 정도쯤이야 별거 아니죠”라고 말했으며, 최(37) 씨는 “비닐장갑 끼고 기다리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시민들은 대체로 강화된 투표 절차에 수긍하면서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부산당 뽑았죠” vs “정부 힘 실어줘야죠”
이날 유권자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는 희망을 보였다.
중구 동광동 제2투표소에서 만난 60대 남성 김씨는 “뭐 고민할 게 있나. ‘부산당’ 뽑았지. 어딘지 알겠죠”라며 넌지시 자신이 투표한 곳을 시사했다. 중구청장 보궐선거에 대해선 “지금 청장이 없어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못 받고 있다.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동래구 명장1동 제3투표소를 찾은 남성 정모씨(50)는 “양당 후보의 공약이 비슷해서 인물 보고 통합당 뽑았다”라며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여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보였다. 동광동 20대 여성 황씨는 “지금 정부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 후보나 비례정당 모두 그쪽에 투표를 했다”라고 전했다. 또 30대 남성 박씨는 "코로나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잃었다. 총선이 끝나고 나면 지역 상권이 되살아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선 ‘깜깜이 투표’를 한 유권자도 보였다. 동광동 투표소를 찾은 한 남성은 “부모가 골라준 후보를 찍었다. 정치는 별로 관심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남구 대연3동 한 주부는 “공약이나 이런 건 잘 모르겠다. 최선보다는 차악을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