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0조 규모 은행·증권·보험사에 회사채 담보 특별대출 신설(종합)
2020.04.16 15:58
수정 : 2020.04.16 16:32기사원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증권사, 보험사)에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를 담보로 최장 6개월 이내로 대출해주는 '금융안정 특별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코로나19의 장기화 등으로 일반기업,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이 크게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장치 이 같은 대출 제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도는 3개월간 한시적으로 10조원 한도 내에서 운용하되 금융시장 상황과 한도소진 상황 등에 따라 연장 및 증액 여부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대출 기간은 최장 6개월이다.
한은은 "민간기업 발행 회사채를 담보로 증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자금수요에 따라 일정금리(통안증권 182일물 금리+0.85%포인트)로 즉시 대출해 줌으로써 회사채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금융기관의 자금수급사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시장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기대했다.
신설된 특별대출은 한은법 제80조에 근거해 이뤄진다. 한은법 제80조는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중대한 애로'가 있으면 정부 의견을 들은 후 한은이 금융업 등 영리기업에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은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전개방향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은법 제80조 요건에 해당하는 비상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대기성 특별대출제도를 마련하여 가동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은은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7년 12월 한은법 제80조를 적용해 은행 이외 금융기관에 대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증권사와 종합금융사에 직접 대출하지 않고 공적 기능을 하는 한국증권금융(2조원)과 신용관리기금(1조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비은행금융기관인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대출 담보로 회사채를 받아주는 방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9일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이번 특별대출제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회사채 시장의 주요 참가자인 증권사에 대해서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가 한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회사채라든가 기업어음(CP) 시장은 지금은 비교적 진정돼있는 상태다. 그렇지만 코로나19의 향후 전개에 따라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남아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출담보가 우량 회사채로 한정돼 지원효과가 제약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와 관련 한은은 "대출담보를 우량 회사채에 한정한 것은 별도의 외부 신용보강 장치가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비우량 회사채와 CP시장은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 따른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회사채 신속인수 등 보다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서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