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유정 1심 오판”…의붓아들 살해여부 다시 쟁점
2020.04.22 12:25
수정 : 2020.04.22 15:27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하고 은닉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고유정(37)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재판부를 향해 비논리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유죄를 주장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는 22일 오전 10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 사건 항소심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과 고유정 측은 둘 다 사실오인·법리오해·양형부당 등을 항소 이유로 제시했다.
검찰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1심 재판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피해자의 체격이 또래에 비해 왜소하고, 당시 복용한 감기약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지만, 피해 아동의 사건 당시 연령은 6세가 아닌 4.35세로 정상 범위에 있었으며, 감기약 복용으로 인한 질식사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없음에도 의학적 근거가 없는 추상적 가능성에 근거해 판단한 것은 명백히 사실오인"이라며 주장했다.
또 “1심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의 기계적 압착 소견 증언 취지를 왜곡한 측면이 있다”며 “‘이태원 살인사건’처럼 제3자의 가능성이 없다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의 진술 신빙성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폐된 집안에 피해아동과 아버지, 고유정 3명만 있는 상황에서 범인은 아버지나 고유정 둘 중 한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전 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서도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하면서 죄책이 무겁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양형 사유를 밝히면서도,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은 양형부당에 해당한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바로 잡아 사형 선고가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유정 측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검찰 측의 항소를 기각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무기징역이 선고된 전 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 양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졸피뎀’을 피해자에게 투약한 증거가 부족하지만, 1심 재판부가 이를 인정함으로써 계획적 살인 누명을 썼다고 맞섰다.
양 측의 주장을 들은 재판부는 다음 달 20일 오후 2시 2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해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무인펜션에서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3월2일 오전 4~6시 사이 충북 청주 자택에서 현 남편과 자고 있는 의붓아들의 머리 뒷부분을 강하게 눌러 살해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