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렘데시비르 마저...코로나 치료제 개발 아직 멀어

      2020.04.24 14:37   수정 : 2020.04.24 17: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치료제를 열망하던 세계 각국의 기대가 획기적인 효과로 주목받던 '렘데시비르'의 부실한 효능이 알려지면서 한풀 꺾였다. 제약사측은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나 경쟁 약물들 또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코로나19 치료제가 완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운영하는 연구 자료 사이트에 올라온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보고서 초안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WHO는 임상시험팀에서 해당 자료를 받긴 했지만 내부적인 착오로 동료심사도 거치지 않고 자료를 공개했다며 즉각 삭제했다.

■효과 없고 심각한 부작용도 나와
FT가 입수한 보고서는 렘디시비르 제약사인 미국 길리어드가 중국에서 진행한 1단계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를 담고 있었다. 연구진은 237명의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158명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약했고 나머지 79명에게 가짜약을 줬다. 이들의 증상을 관찰한 결과 렘데시비르를 사용한 환자는 투약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나아지거나 혈류 내 병원체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치사율 또한 13.9%로 가짜약을 받은 집단(12.8%)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다.
렘데시비르를 사용한 환자 가운데 18명은 심각한 부작용을 보이기까지 했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가 약 10년 전에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기획한 뒤 개발 중단한 물질이나 최근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렘데시비르와 또 다른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을 언급하며 코로나19 치료제로 쓰기 위해 사용 승인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길리어드 주가는 지난 16일 미 시카고의대의 렘데시비르 3차 임상 시험 결과가 알려지자 약 17% 폭등했다. 시카고 연구팀은 시험 결과 100명이 넘는 중증 환자들이 투약 1주일 만에 퇴원했다고 주장했다.

길리어드 주가는 FT 보도가 나온 직후 장중 6% 급락한 뒤 전장대비 약 4% 떨어진 주당 77.78달러에 장을 마쳤다. 길리어드는 성명을 내고 "문제의 보고서에는 부적절한 연구 특성이 포함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시험은 참가자 수가 부족해 조기 종료됐으며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론을 내기에는 역부족이다"고 강조했다. 길리어드는 동시에 WHO측에 해당 자료의 공개를 허가하지 않았다며 WHO의 실수에 유감을 표했다.

■경쟁 약물도 장래 불투명
지난 16일 렘데시비르 덕분에 급등했던 뉴욕 증시는 23일 같은 약물에 발목이 잡혔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장 초반 400포인트 가까이 올랐지만 임상 시험 소식이 알려지자 상승폭을 반납했으며 전장 대비 39.44포인트(0.17%) 오른 2만 3515.26에 장을 마쳤다. 시장에서는 이날 보도가 길리어드 주가 차원을 넘어 코로나19 사태 조기 종식과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투자 심리 자체를 꺾었다고 분석했다. 진행 중인 치료제 연구 가운데 렘데시비르가 그나마 가장 유망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CNN 등 미 언론들은 버지니아 및 사우스캐롤라이나의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최근 미 보훈병원의 코로나19 환자 368명 가운데 97명에게 수산화 클로로퀸을 투약한 결과 사망률이 27.8%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클로로퀸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들의 사망률(11.4%)의 2배 가까운 수치였다. 미 보건부 바이오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의 릭 브라이트 전 국장은 22일 성명에서 자신이 클로로퀸 사용에 반대했다가 전날부로 좌천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약품도 상황이 좋지 않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용으로 개발된 물질인 '칼레트라'의 경우 지난 3월 중국 연구팀이 199명의 코로나19 환자에게 시험한 결과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험을 진행한 중국 광저우 제8인민병원의 연구팀은 이달 20일 국제 학술지 셀에 기고한 보고서에서 추가로 86명의 환자에게 임상 시험을 진행해 각각 칼레트라(34명)와 다른 항바이러스 약제 아르비돌(35명)를 투약했지만 아무 약제도 받지 못한 집단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수많은 약물들이 임상 시험을 거치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21일 기준 진행 중인 코로나19 관련 임상 시험은 692건에 달한다.
세계 6곳에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길리어드는 이달(중증 환자)과 다음달(경증 환자)까지 시험 결과를 공식적으로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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