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암초’… 믿었던 렘데시비르 부실

      2020.04.24 17:06   수정 : 2020.04.24 17:06기사원문
코로나19 치료제를 열망하던 세계 각국의 기대가 획기적 효과로 주목받던 '렘데시비르'의 부실한 효능이 알려지면서 한풀 꺾였다. 제약사 측은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나 경쟁약물들 또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코로나19 치료제가 완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운영하는 연구자료 사이트에 올라온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보고서 초안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WHO는 임상시험팀에서 해당 자료를 받긴 했지만 내부 착오로 동료심사도 거치지 않고 자료를 공개했다며 즉각 삭제했다.

■효과 없고 심각한 부작용도 나와

FT가 입수한 보고서는 렘데시비르 제약사인 미국 길리어드가 중국에서 진행한 1단계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를 담고 있었다.
연구진은 237명의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158명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약했고, 나머지 79명에게 가짜약을 줬다. 이들의 증상을 관찰한 결과 렘데시비르를 사용한 환자는 증상이 나아지거나 혈류 내 병원체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치사율 또한 13.9%로 가짜약을 받은 집단(12.8%)과 큰 차이가 없었다. 렘데시비르를 사용한 환자 가운데 18명은 심각한 부작용을 보이기까지 했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가 약 10년 전에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기획한 뒤 개발을 중단한 물질인데 최근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렘데시비르와 또 다른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을 언급하며 코로나19 치료제로 쓰기 위해 사용승인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길리어드 주가는 지난 16일 미국 시카고대 의대의 렘데시비르 3차 임상시험 결과가 알려지자 약 17% 폭등했다. 시카고대 연구팀은 시험 결과 100명 넘는 중증 환자들이 투약 1주일 만에 퇴원했다고 주장했다.

길리어드 주가는 FT 보도가 나온 직후 장중 6% 급락한 뒤 전장 대비 약 4% 떨어진 주당 77.78달러에 장을 마쳤다. 길리어드는 성명을 내고 "문제의 보고서에는 부적절한 연구특성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시험은 참가자 수가 부족해 조기 종료됐으며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론을 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약물도 장래 불투명

지난 16일 렘데시비르 덕분에 급등했던 뉴욕 증시는 23일 같은 약물에 발목이 잡혔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장 초반 400포인트 가까이 올랐지만 임상시험 소식이 알려지자 상승폭을 반납했으며 전장 대비 39.44포인트(0.17%) 오른 2만 3515.26에 장을 마쳤다. 시장에서는 이날 보도가 길리어드 주가 차원을 넘어 코로나19 사태 조기종식과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투자심리 자체를 꺾었다고 분석했다. 진행 중인 치료제 연구 가운데 렘데시비르가 그나마 가장 유망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버지니아 및 사우스캐롤라이나의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최근 미국 보훈병원의 코로나19 환자 368명 가운데 97명에게 수산화 클로로퀸을 투약한 결과 사망률이 27.8%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클로로퀸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들의 사망률(11.4%)의 2배 가까운 수치였다.

다른 약품도 상황이 좋지 않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용으로 개발된 물질인 '칼레트라'는 지난 3월 중국 연구팀이 199명의 코로나19 환자에게 시험한 결과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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