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 직격탄'에쓰오일, 1조 적자… 정유업계 어닝쇼크
2020.04.27 18:39
수정 : 2020.04.27 18:39기사원문
에쓰오일은 27일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1·4분기 매출 5조1900억원, 영업손실 1조7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년 전보다 4.2% 줄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이 에쓰오일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이 됐다. 에쓰오일의 재고평가 손실은 7210억원이나 됐다. 국제유가는 지난 1월 배럴당 60달러선에서 최근 2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매출은 유가 하락과 판매량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분기 평균 판매 단가도 13.4% 줄었으면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7.3% 감소했다.
정유부문은 항공유, 휘발유 등 운송용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정유제품 수요가 급격하게 줄면서 정제마진이 낮은 수준을 유지됐으며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등의 영향으로 1조 19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석유화학 부문은 수요 약세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전분기 보다 상승한 6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에쓰오일이 시장의 전망치보다 낮은 실적을 거두면서 정유사들의 경영 위기가 현실화 됐다는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에쓰오일의 영업손실은 4000억원대 후반으로 예상했다. SK이노베이션은 7500억원, 현대오일뱅크과 GS칼텍스는 각각 4000억원, 50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에쓰오일이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정유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 4개의 영업손실을 3조원 예상했는데 이날 에쓰오일의 실적을 보면 4조원도 넘을 가능성이 있다"며 "2014년 원유가 하락시에도 에쓰오일이 2500억원대 분기 적자를 봤지만 이번 실적을 보면 그때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정유업계는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의 기간 산업인 정유산업이 무너지면 화학 산업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주역으로 지금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를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유업계는 세제 지원 확대 외에 투자 인센티브 확대, 규제 완화 등도 요청했다. 앞서 정부는 석유 수입·판매부과금과 관세를 유예하고 석유공사의 여유 비축시설을 임대하는 등의 지원 정책을 발표했고 국세청은 정유업계 4월분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납부 기한을 7월까지 3개월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 지원으로는 정유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