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책이라더니 공공임대만 늘려"
2020.05.06 18:48
수정 : 2020.05.06 18:48기사원문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공공이 개입해 서울 내 주택 공급량은 늘리면서도 집값 폭등은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공공임대주택 비율까지 올라가면 정책 목표 달성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전반적인 공급책으로는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민간 입장에서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한 인센티브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가로주택이나 소규모 재건축에는 유리한 대책으로 평가했다.
■사실상 공공임대주택만 늘린다
정부가 서울 주택 공급 부족론을 타개하기 위해 가지고 나온 카드는 공급은 늘리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집값폭등을 부른 강남재건축 대신 수익성은 낮지만 재개발이 시급한 소규모 노후단지 정비사업을 촉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강도높은 규제와 코로나19가 겹치며 안정세를 찾은 집값을 들쑤시지 않는다는 취지다.
정부 정책에 서울시도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추진 시 기반시설 위주로 받던 기부채납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받는 방안을 본격화한다. 도심 속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해 서울집값 안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가 있다.
일부 사업지에선 이미 공공임대 기부채납이 시작됐다. 구로구 오류동 현대연립 재건축사업(총 443세대)에선 10세대를 제공했다. 기존 계획인 도서관은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도입으로 계획을 바꿨다. 용산구 원효아파트지구 산호아파트도 공원 대신 공공임대 기부채납(40세대)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빙고아파트지구 왕궁아파트는 공공성이 부족한 도로 확장 계획을 주택 기부채납으로 돌려 29세대를 확보했다.
■"서울 공급책으론 역부족"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재 조합원 간 이해관계 갈등 등으로 멈춰선 재개발·재건축이 활성화되기엔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이 주도하는 임대주택건설의 지속성 자체에 의문이 있다"며 "오히려 민간과의 갈등의 폭이 증가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위원은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한데 이번 정책도 핵심은 수도권에 있다"고 지적했다. 두 연구위원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규제 완화 대신 자투리 땅이나 가로정비사업 소규모 땅들, 역세권 등이 중심이 됐다"며 "소규모 지역 용적률 강화 식 접근은 오히려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양상이 크다"고 말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도 "소규모 재건축, 가로주택 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대책"이라며 "노무현 정부 당시 유사한 정책으로 강남권 나홀로 아파트가 우후죽순 등장해 일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