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상표권 10년 분쟁...'양말 금강' 또 한발 앞서

      2020.05.11 15:43   수정 : 2020.05.13 11: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금강' 상표권을 둘러싼 구두제조사 금강제화와 양말 제조사 금강텍스의 상표 분쟁에서 금강텍스가 또 한 번 웃었다. 법원은 신발과 양말이라는 두 재화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유사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두회사 '금강' vs. 양말회사 '금강'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25부(서승렬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금강(금강제화)이 양말제조사 금강텍스의 대표와 판매사 등을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상표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인 것이다.

마름모로 둘러쌓인 '금강' 표장은 1960년대부터 사용된 금강제화의 대표적 로고다.
1987년 처음 상표로 등록됐다. 이에 비해 금강텍스의 전신 금강섬유는 지난 1969년 펜 모양의 도형 안에 'KUMKANG'라는 글귀와 하단에 '금강'이라고 표시된 상표를 등록하고 양말을 제조·판매해 왔다.

그러던 중 금강제화는 2002년 금강텍스가 자사 상표와 비슷한 마름모꼴 표장이 새겨진 양말을 판매하자 "표장을 사용하지 말라"며 소송을 냈다. 같은 해 금강텍스 측도 금강제화가 똑같은 표장의 양말을 판매하자 상표권 위반으로 고소했고, 이들 업체 간 민·형사상 소송전이 벌어졌다.

상표권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소모전으로 치닫자 두 업체는 이듬해인 2003년 1월 해당 상표에 대해 '구두는 금강제화, 양말은 금강텍스가 사용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합의각서를 맺었다.

하지만 이같은 합의는 2013년 금강텍스 측이 마름모꼴 표장에 대해 상표등록을 출원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금강제화는 특허청에 이의신청을 했고, 특허청은 금강텍스의 상표등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허청의 결정에 힘을 받은 금강제화는 이후 금강텍스 대표자와 판매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민사소송, 1심 이어 항소심도 '양말금강' 勝
1심 재판부는 특허청과는 반대로 금강텍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양말과 신발은 엄연히 구분되고, 금강텍스의 상표 등록이 금강제화보다 먼저였다는 판단에서였다.

특허법원으로 이어진 항소심은 지난 2003년 양사가 맺은 합의각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금강제화 측은 금강텍스가 구두와 유사한 양말을 판매하며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야기하고 금강제화의 표장이 가지고 있는 명성 등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강텍스 측은 2003년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금강제화의 이같은 주장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강제화 측은 '2003년 양사가 합의를 맺을 당시 금강텍스의 대표자와 지금의 대표자가 달라 합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전의 대표자와 맺은 합의는 대표자가 바뀐 이후 그 효력을 잃는다는 주장이었다.

결과적으로 2심은 양사가 2003년 맺은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는 한편, 상표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금강텍스의 대표자가 2003년 합의 이후 바뀌긴 했지만)현재 대표자가 당시에도 금강텍스의 실질적 운영자였고, 금강제화 역시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때문에 금강텍스는 금강제화를 상대로 이 합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통념상 신발 업체에서 제조·생산하는 구두와 의류 업체에서 제조·생산하는 양말은 형상과 용도, 생산 부문 및 판매 등에서 차이가 있어 유사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금강텍스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한별 김혜연 변호사는 "재판부가 당사자 간 합의의 의미와 효력을 고려해 구체적이고 타당성 있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와 함께 해당 소송을 진행한 권단 변호사는 "재판부가 형식에 얽매인 판단 보다는 두 회사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게 된 경위, 그리고 신의성실의 원칙 등을 헤아려 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