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간 강사 있다더라"… 학원가 '코로나 루머' 몸살
2020.05.17 17:07
수정 : 2020.05.18 08:15기사원문
17일 목동의 학원가는 이태원 클럽에 등교한 원어민 강사에 대한 루머로 한차례 홍역을 치룬 뒤 상황이 차츰 진정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맘카페 '목동 어학원'으로 시끌
목동을 비롯한 서울 지역 다수의 맘카페에서는 이태원을 갔던 원어민 강사가 있는 학원들의 명단을 공유하고 있었다. 마포에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이모(40)씨는 "최근 유명 어학원 목동캠퍼스에서 원어민 교사 3명이 이태원에 들렀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운영했다는 소문을 맘카페를 통해 알았다"며 "자녀가 다니는 어학원에서는 전수조사를 한 결과 이태원 방문자가 없다고 문자가 왔는데 이젠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학원은 공지를 통해 "클럽 등을 방문한 것이 아닌 개인 용무였고,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전 직원 코로나 검사도 진행한다"고 밝히며 "큰 사회적 이슈에 바로 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해당 어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있는 목동 일대 40개가 넘는 학원들은 휴원과 방역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서울 지역 학원의 원어민 강사 수는 4500여명으로 그 중 이태원을 다녀왔다고 자진 신고한 사람은 9명 뿐이다. 학교에서 공교육을 하고 있는 원어민 교사가 비슷한 수임에도 366명이 이태원에 다녀왔다고 신고한 것과 대조적이다.
학부모들은 학원들의 적극적 조치에 다소 안심이 된다면서도 불안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강남에 중학생 1학년 자녀를 둔 김모(47)씨는 "학원에서 이태원 클럽 방문자가 없다는 강사들의 사인이 적힌 서약서를 문자로 보내줬다"며 "클럽 출입 명단이 정확히 없는 상황에서 서약서라고 100% 믿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다시 학원 문 두드리는 학생들
코로나19로 불안에 떨면서도 학원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은 다시 늘고 있는 상황이다. 등교 수업 뒤 시험이 몰려있는 고3 수험생들의 경우 성적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학원들은 생활 속 거리두기 발표 이후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로 말하긴 어렵지만 등교가 수차례 늦춰지며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휴업을 했기 때문에 이번엔 휴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는 재난지원금으로 학원비 결제가 가능해져 자녀를 학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종로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첫째 아이 영어학원의 석 달 치 학원비를 선결제로 요청했다"며 "코로나 때문에 학원이 쉰다 해도 환불하거나 자동 이월되니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학원에 원격수업을 강력 권고한 교육당국은 학원가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적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을 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의 방역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학원이 많아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