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지역 접근성 높인다더니"… 흑산공항 건설 12년째 제자리
2020.05.24 16:19
수정 : 2020.05.24 16:19기사원문
섬 주민들의 교통기본권 확보를 위해 공항 건설이 절실하다는 염원에도 불구하고 흑산도가 국립공원이라는 이유 등으로 번번히 제동이 걸려 주민들의 불만은 쌓여만 가고 있다.
특히 흑산도와 함께 소형공항 건설이 추진된 울릉도의 경우 올 하반기 착공 예정으로 알려져 흑산도 주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섬 주민 교통기본권 보장 필요
24일 신안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9년부터 섬 지역 접근성 개선 및 주민 교통기본권 보장을 위해 울릉도와 흑산도에 50인승 소형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소형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흑산공항 건설은 △흑산도 및 인근 낙도지역 교통기본권 제공 및 정주여건 보장 △항공기지 전진 배치를 통한 가거도 해역 등 서남해 해양주권 수호 및 해양자원 보호 △국립공원 관광 등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특히 교통기본권의 경우 현재 흑산도를 오갈수 있는 교통수단은 97㎞ 떨어진 목포에서 출항하는 여객선이 유일하다. 1일 4회(왕복)만 운항하는 상황에서 기상악화(파고 2m이상과 해무)로 인한 결항 일수가 연간 110여일(부문결항 포함)에 달해 극히 열악한 실정이다.
■공항건설되면 접근성 개선
공항이 건설되면 대체교통수단 마련으로 기상악화 시 선박 결항을 보완하고 인근 홍도와 상·하태도, 가거도 등을 아우르는 서남권 해상 교통 거점으로 활용돼 낙도지역 주민들의 교통기본권이 크게 개선된다.
아울러 목포에서 2시간, 전국 주요도시에서 4~6시간 소요되는 교통시간이 1시간으로 단축될 것으로 보이며, 무안국제공항을 비롯한 다른 공항과 연계한 항공수요 증가 및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의 편의 증진도 기대된다. 응급환자 등 긴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으로 주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가 용이하다.
하지만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국립공원 가치훼손과 철새보호 대책, 안전성 등을 이유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2018년 10월 중단된 심의는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많은 나라에서 국립공원에 소형공항을 건설해 거주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있다"면서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 국립공원 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대체교통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다.
■일본, 필리핀 등서는 소형항공기로 거주민 삶의 질 보장
실제 신안군이 목포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최근 밝힌 '국외 소형항공기 운항사례 조사'에 따르면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섬지역 거주민과 이용객 등 편의를 위해 소형공항을 건설해 교통기본권을 국가차원에서 보장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국립공원 안에 흑산공항과 유사한 50인승 소형항공기 이용이 가능한 활주로 800m∼1500m 규모의 소형공항이 5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일본 가고시마현의 남쪽 60km 떨어진 야쿠시마는 일본열도 전체에는 4개 밖에 없는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지만 소형공항이 현재 운영 중에 있다.
필리핀은 수리가오 소호톤 국립공원에 수리가오공항(1700m),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푸에르토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과 연접한 지역에 프린센사공항(2600m) 등이 건설돼 있다.
인도네시아는 발리섬 동쪽의 1000여개의 섬으로 형성된 코모도제도 국립공원과 연접한 코모도공항(1393m)과 롬복국제공항(2750m)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199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흑산공항은 지난 2013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BC(비용 대비 편익)가 4.38로 울릉공항(1.19)보다 경제성이 높은 반면 사업비는 1833억원으로 울릉공항(6633억원)의 28%에 불과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