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패권경쟁 양상..외교 셈법도 복잡해져

      2020.06.01 16:36   수정 : 2020.06.01 16: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중갈등이 패권경쟁 양상을 보이며 한국 외교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과 동아시아 정세에 미치는 경제적·안보적 영향이 절대적인 양국의 대립 속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며 실리를 찾는 외교 운영의 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5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군사적 역량 강화를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동맹국들과 좋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 일본, 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과 함께 지목돼 중요한 동맹임이 강조됐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초대한다고 한 것도 한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 선진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미중갈등이라는 현 상황에서는 중국에 자극이 될 수 있다.
일장일단이 분명한 셈이다.

한미 동맹 체제에서 한국은 결국 미국과 같은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지만 중국과의 관계에서 불화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최근 경북 성주 사드기지 장비 교체와 관련, 한국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삼갔다. 정부가 사전 설명을 한 바 있고 한·중 관계도 고려한 것이다.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을 외교정책의 기조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양대 강대국인 미섣불리 움직이기보다 실리를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달 외교전략 조정회의에서 홍콩의 자유를 제한하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추진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점, 미중갈등이라는 최대 현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중갈등으로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한·일 관계도 영향을 받게 됐다. 특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은 동맹국 결집을 노리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상충하기 때문에 정부가 제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소미아 문제는 일제 강점기 일본 기업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와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문제와 연결돼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수출규제 철회에 대한 성의 있는 답변을 일본 정부에 요구했지만 호응은 없었다.

1일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다시 지소미아 중지를 대일(對日) 협상 카드로 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한·미·일 안보 공조 분열을 우려한 미국이 크게 반발할 것이 자명해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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