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넘어선 '인종차별 분노' 유럽으로 격렬히 번졌다
2020.06.01 18:05
수정 : 2020.06.01 21:01기사원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청년이 경찰에 의해 질식사한 사건이 약탈과 유혈 폭력 시위사태로 비화된데 이어 유럽으로 시위가 확대되는 등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AP통신은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미국의 인종차별 시위에 대한 지지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런던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트라팔가 광장에 집결해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등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미국 대사관으로 행진했다. 시위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단체 모임을 금지한 정부의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5명이 구속됐고 2명은 경찰관 폭행으로 붙잡혔다. BBC는 런던 외에 맨체스터와 카디프에서도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베를린에서는 시민 수백명이 쏟아져 나와 미국 대사관 앞에서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 집회를 열었다. 또 마우어공원의 베를린 장벽에는 숨진 흑인 청년의 얼굴 모습이 담긴 추모 벽화가 공개됐다.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경기에서는 일부 선수들이 "조지 플로이드에게 정의를"이라는 문구가 적힌 언더셔츠를 보이는 골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등 유럽 주요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진앙지인 미국의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흑인 시민이 경찰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에 극좌단체들까지 개입하면서 매우 위험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3일 연속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폭동이 발생하면서 현지 로데오거리의 상점들은 대부분 약탈 피해를 입었다. 뉴욕에서는 지난달 30일 경찰차량 47대가 파손되고 일부는 불에 탔다. 경찰관 부상자도 33명에 이른다. 시카고와 LA를 비롯한 7개 도시에서는 통행금지 시간이 확대돼 LA 인근 샌타모니카에서는 오후 4시부터 외출이 금지됐다.
미국 주 방위군 사령부는 현재까지 병력 5000명을 15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 배치하고, 2000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트위터를 통해 폭력 시위를 주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극좌단체 '안티파(Antifa)'를 테러단체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강경 진압의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티파를 비롯한 극좌 단체들이 주도하는 폭력과 파괴행위는 무고한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어 일자리를 없애고 업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백악관으로 모여들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지하벙커로 피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와 CNN은 시위대가 백악관 주변까지 이르렀던 지난달 2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아들 배런이 지하벙커로 불리는 긴급상황실(EOC)로 이동해 1시간가량 있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시위대의 일부는 백악관 주변에 쳐진 금속 장벽을 밀치며 진입을 시도해 경호대와 충돌했었다. 수차례 충돌이 이어지자 경호대는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한편,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건전문가들은 시위 장소에서 상당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