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G7 확대 구상' 시작부터 삐그덕…향후 전망은
2020.06.03 13:27
수정 : 2020.06.03 13: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확대 구상에 대해 관련국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강력 반발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데다, 신규 국가 진입에 대한 견제도 작동하는 양상이다. G7에 새로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한 만큼, 실제 성사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2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G7 복귀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이날 러시아의 재가입에 반대하며 "회원국과 형식을 영구적으로 바꾸는 것은 G7 의장의 특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현재의 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은 '구식'이라고 지적하면서 올해 미국이 주재하는 정상회의에 한국과 러시아, 인도, 호주를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영국과 캐나다는 즉각 러시아의 G7 재합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1997년 G7에 합류해 G8을 이뤘지만 2014년 크림반도 사태가 논란이 되면서 퇴출당했다.
러시아라고 해서 재가입을 무조건 환영하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 측은 당초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으나, 중국의 참여없는 모임은 의미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의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 2일 "러시아의 기본 입장은 국제 정치 및 경제 문제를 배타적 서방 국가들의 클럽 틀 내에서 해결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중국의 참여 없이는 전 지구적 의미가 있는 중요한 구상들을 이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인 러시아가 중국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G7 개편이 중국 견제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만큼 이는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국가의 진입에 대한 견제도 작동하는 모양새다. 일본, 캐나다 등은 '일회성' 확대가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금까지 G7 정상회의에서는 아웃리치로서 회원국 외 나라나 국제기구가 초대되는 것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G7은 많은 것을 공유하는 동맹, 친구들과 함께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곳이었다"면서 "이것이 내가 계속 보길 희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왕따시키지 말라"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중국을 겨냥해 왕따를 시키는 것은 인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이런 행위는 관련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신(新) 냉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칠게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 무역 전쟁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책임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다.
지도상으로 볼 때도 이번 G7 회의에 초청받은 국가들이 G11 회원국으로 들어갈 경우 중국은 미국 우호국들에 대거 둘러싸이게 된다.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 봉쇄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중국은 러시아, 한국, 호주 등을 대상으로 외교전을 벌여 이들 국가의 외교 중심이 미국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