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아파트서 고양이 엽기 연쇄살해..경찰 "사건 심각성 인지"
2020.06.04 10:48
수정 : 2020.06.04 16:45기사원문
같은 동에서만 2018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5월에도 토막난 새끼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돼 결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와 주변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해 용의자를 찾고 있으나, 주민들은 CCTV가 노후화돼 용의자 식별조차 어려울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4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지난 5월 발견된 길고양이 사체 사진을 보면 하체가 절단돼 상체와 다리 한쪽만 남았다. 고양이 꼬리도 따로 떼어진 상태로 상체만 남겨있었다.
주민들은 지난 5월19일 밤 9시께 마포의 한 아파트 A동 주차장에서 발견한 토막난 고양이 사체를 경찰에 신고한 뒤 이틀 정도 현장 보존했지만, 부패로 인해 더 이상 보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부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외부 위력에 의한 살해'가 명백하다고 판단, 부검 없이 수사에 착수했다.
동물자유연대 김용환 활동가는 "5월20일에 주차장에서 꼬리가 잘려있고 다리가 절단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연대로 접수됐다"며 "이런 경우 명백한 증거나 영상이 있어야 범인이 잡힐 수 있다. 일단 경찰 수사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이 아파트 A동에서만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018년 8월께 A동 화단에서 새끼 고양이들의 사체 6마리가 발견됐다. 당시 고양이들 사체 형태는 목이 잘려있고 내장이 파여있던 상태였다. 고양이들의 얼굴은 짓이겨져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2019년 10월에는 죽은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머리로 짓이겨져 있었다. 당시에는 죽은 새끼 고양이의 머리를 돌로 내려치는 현장도 목격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후 올해 5월엔 상반신과 꼬리, 한쪽 다리만 남은 새끼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되면서 주민들은 누군가가 같은 방식으로 고양이를 살해해 사체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주민 김모씨는 "2018년에 고양이 사체가 발견될 때만 해도 날씨가 더워 부패한 줄 알았는데 2019년과 올해 발견된 사체들을 보니 유사한 방식으로 살해한 것이란 걸 알게됐다"며 "특정한 방식으로 벌인 고양이 살해 사건이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서 매년 일어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죽은 새끼 고양이의 시체를 훼손하려다 발각됐던 특정인을 의심하고 있지만,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과 경찰 모두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도 올해 5월에 발견된 고양이 사체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중이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짐승이 아닌 이상 어떻게 저렇게 생명을 훼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용의자를 두고 이런저런 소문이 도는데 누군가가 고의로 저지른 소행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건이 접수된 마포경찰서 측 관계자는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철저하게 수사 중"이라며 "CCTV와 블랙박스를 확보하고 탐문도 하는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용의자와 관련해선 인권문제로 번질 수 있어 절대 얘기할 수 없다"며 "용의자 관련 조사는 계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3년째 고양이 살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관리사무소와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을 호소했다.
김모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CCTV나 조명을 더 설치해달라고 해도 (사무소 측에서) 귀찮아 한다"며 "고양이 한마리 죽은 것에 호들갑 떤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