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급매 소진… 버틴 강남 집주인들 호가 띄우기 시작

      2020.06.07 07:30   수정 : 2020.06.07 18:03기사원문
"다주택자들이 싸게 내놓는 매물이 빠지니까 원래 팔려고 했던 집주인들이 다시 집값을 맞춰놓고 있다. 소위 가격 안 내리고 '버티기' 했던 집주인들이 슬슬 호가를 올리고 있다. 그 가격을 소화하는 현금 부자들도 계속 나오면서 5월 말부터 거래가 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A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서울 강남권 집값에 재시동이 걸리고 있다. 다주택자 매물 소진으로 집값 하락폭이 줄어든 데다 곳곳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15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현금으로 매수하는 '큰손'들이 다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몰리고 있다.

■급매물 바닥나자 단번에 1억원↑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논현동 중개업소들은 15억원 넘는 초고가 단지에서 최근 며칠 사이 신고가 경신 사례가 나오자 놀란 분위기다. 코로나19와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규제에 한동안 매수자가 없었지만 상황이 순식간에 바뀐 것.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대장주인 '래미안대치팰리스2단지' 전용 91.91㎡는 지난달 20일 직전 거래가격보다 8000만원 오른 30억원(20층)에 손바뀜했다.

이 단지 인근 B 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물건은 전세를 17억원 끼고 갭투자 형식으로 팔렸다. 이 관계자는 "초고가 주택 보유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자산가가 매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5월 들어서 거래가 되니 시작했고 이제 종부세 때문에 마음 급한 다주택자들도 떨어내야 할 물건은 다 떨어냈으니 급하지 않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31억원까지 부르기 시작했다"며 "대치동은 이제 바닥 찍고 다시 오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99㎡는 공시가격이 올해 21억18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0% 올랐다. 보유세는 지난해 695만3000원에서 1018만원으로 상승했다. 논현동과 개포동, 청담동 등 강남 주요 지역 단지에서도 전고점을 돌파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논현동 '아크로힐스논현' 전용 84.074㎡는 지난달 말 19억2000만원(14층)에 거래돼 직전 거래가격보다 7000만원 뛰었다. 도곡동 개포우성4차아파트 전용 84.6㎡는 직전 거래가격보다 무려 1억2000만원 오른 19억원(5층)에 거래가 성사됐다. 청담동 '청담3차e편한세상' 전용 84.97㎡도 실거래가가 9300만원 뛰어 15억5300만원(3층)을 기록했다.

논현동 C중개업소 대표는 "사실 강남구와 송파구는 집값이 떨어진다고 했을 때도 몇천만원 떨어지는 수준이었고, 오른 것에 비하면 사실 많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며 "주택담보대출이 안되는데도 매수 대기자들이 여전한 것을 보면 강남 입성을 노리는 현금 부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잉 유동성·저금리에 집값 반등

통계상으로도 5월부터 강남권의 반등세는 확연하다. 4월 아파트 거래가 146건에 그쳤던 강남구의 경우 5월 들어 169건이 거래됐고 서초구는 4월 92건에서 5월 109건, 송파구는 132건에서 161건, 강동구는 127건에서 169건으로 늘었다.

집값 역시 하락폭을 좁혔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각각 0.03%, 0.04% 떨어지는 데 그쳤다. 전주보다 모두 0.0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 코로나19 생활방역체계 전환 등으로 집값이 보합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5월부터 낙폭 둔화에서 보합으로 전환이 뚜렷한 모습"이라며 "금리인하에 따른 이자부담 완화, 생활방역체계 전환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 등으로 주택 구매심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달 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가 끝나기 때문에 향후 급매물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8월부터는 분양권 전매제한이 강화되기 때문에 비규제지역이란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없기 때문에 괜찮은 지역에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심리가 주택매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함 랩장은 "서울의 경우 올 하반기에 입주물량이 줄어들어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전세가격도 떨어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집값 상승세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집값 반등세가 지속되려면 강남 재건축 거래량이 계속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며 "정부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에 집값 상승이 지속되긴 어렵고 하반기에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niki@fnnews.com 강현수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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