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틈타 지방 부동산 ‘불꽃놀이’

      2020.06.11 16:15   수정 : 2020.06.11 16: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인천은 지금 매물이 나오면 30분 만에 빠지고, 부산은 분양권 전매 뿐 아니라 재개발 투자, 캡투자 등 서울 부자들의 원정 투자로 피가 1억원씩 붙고 있습니다.”(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최근 서울 강남 등이 급매물 소진으로 서서히 가격 회복을 해 나가는 가운데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지방으로 몰리면서 지방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은 여전히 고가 주택은 상승세가 지지부진하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상승 여력이 적어 투자할 데가 적지만, 지방이나 비규제 수도권은 시세차익을 노린 서울 투자 수요가 대거 몰리는 중이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 연수구와 서구, 경기 군포시, 안산 단원구 등 수도권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주택 가격 상승률 1위는 군포시로, 3개월 새 9.44%나 올랐다.
인천(3.28%)에서는 연수구(6.52%), 서구(4.25%), 남동구(4.14%) 등 일부 구에서 집값 상승세가 관측되고 있다.

■서울 등 외지 투자자 몰리며 가격 폭등
비규제지역인 인천은 전매제한과 의무거주기간 등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피하면서 수요가 쏠리고 있다. 특히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를 앞두고 청약 열풍이 불면서 14만명이 몰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검암역로얄파크씨티푸르지오’ 1·2단지와 ‘부평SK뷰해모로’의 청약접수 건수는 총 14만2352건에 달했다.

군포는 1기 신도시로 개발된 산본역 일대가 리모델링과 GTX 호재로 집값이 폭발하고 있다. 금정동 ‘충무주공 아파트’는 지난 2월 한 달만에 83건이나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고 인근 율곡 주공아파트 전용 59㎡는 3억7000만원에 팔리면서 3개월만에 6000만원이 올랐다.

이처럼 수도권 비규제 지역의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이유는 서울 등 외지에서 유입된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규제 강화 이후 갭 투자를 겨냥한 법인 투자자들이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 이들은 여러채를 집중 매입 후 단타로 4000만~5000만원 이익을 보고 다시 매물을 팔아 차익을 거두고 있다.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도 대전, 세종, 부산, 청주, 창원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서울의 경우 급매물이 빠지면서 가격이 서서히 회복단계에 있지만 매물이 적고, 고가 주택은 여전히 가격 상승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노·도·강이 오르고 있지만 상승폭이 적어 자금 여력을 갖춘 투자자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자금 출처와 대출 규제가 심하고 세금부담이 큰 서울보다는 규제도 적고 수익률도 높은 지방에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법인 투자자들이 몰려가고 있다.

■청주, 3주만에 2억5000만원 올라
청주는 최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 확정 이후 미분양 물량들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근 아파트 매매가도 급속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6월 첫째 주 청주시 청원구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1.00%로 지난주 0.89%에 이어 2주 연속 전국 시군구 중 1위를 차지했다.

청주 대장주였던 두산위브지웰시티2차아파트의 경우 전용 80㎡가 지난해 9월 평균 3억6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지난해 12월 최고 4억7000만원에 거래됐다가 현재는 호가가 6억5000만원에 이른다. 오창읍 '한신 더 휴 센트럴파크' 전용 84.99㎡는 지난 5월13일 2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3주만에 2억5700만원이 오른 5억4200만원에 거래됐다.

부산 역시 최근 법인 투자자들이 몰리는 곳 중 하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부산의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신고일 기준으로 총 1만778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54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지난해 11월 부산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분양권 전매금지도 풀린 덕분이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서울 투자자들이 관광버스를 빌려 지방을 돌면서 4000~5000만원 대 갭투자가 가능한 곳에 가서 매물을 쓸어담고 있다”면서 “분양권도 과거에는 분양이 끝나면 피가 3000~4000만원에서 조금씩 올랐다면 현재는 일단 분양하자마자 1억원이 붙고, 조금 지나면 또 5000만원이 붙는 등 계단식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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