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잉카를 아시나요?…미스터리 가득한 안데스의 기록들, '안녕, 잉카'
2020.06.14 13:10
수정 : 2020.06.14 13: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잉카를 떠올리면 돌과 산, 그리고 야마만 생각나시나요. 그건 편견입니다."
먹고 마시고 자고. 뻔하고 식상한 여행기가 아닌 삶의 경이로움에 다가선 색다른 탐사 여행기가 출간됐다.
600년 전 잉카인이 걸었던 그 길로, 하늘 속 도시를 탐험한 스페인 건축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룬 '안녕, 잉카' (효형출판).
책은 15세기 불꽃처럼 나타나 단 60여년 만에 숱한 유산을 남겼지만, 허망하게 사라진 잉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가보기는 어렵지만, 저자는 직접 오감을 동원해 한땀 한땀 써내려간 글과 잉카 건축 스케치, 생생한 사진으로 독자의 상상 너머 잉카와 마추픽추, 안데스의 밑그림을 더해준다. 때로는 감수성 넘치는 에세이스트로, 한편으로 통찰력 있는 예리한 건축 탐사가로, 긴장감을 이어간다.
저자는 집필 의도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쿠스코와 마추픽추를 답사하는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주마간산으로 둘러보고 떠난다. 그리고 초케키라우 트레킹이나 마추픽추 정통 잉카 트레킹의 역사적인 의미와 신비를 접했다면 좋을 텐데."
무엇보다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스페인 건축을 기반으로, 사라져버린 잉카를 이 세상에 다시금 꺼내보였다. 그렇다고 고루한 문명 답사기는 아니다. 건축물만 줄줄 나열하거나, 개인적 감상만 풀어내지도 않았다. 건축가로서 벽돌 한 장 한 장 테라스가 갖는 의미 등을 친근하고 신비하게 풀어내는 글맛이 맛깔나다. 거친 숨과 함께 써내려간 글과 이어지는 카미노 안데스는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흔히들 ‘인생의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마추픽추에 가라’고 한다. 마추픽추에 오르면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돌의 신전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위대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풍부한 일러스트와 이미지, 쉼표 하나에도 혼을 담은 글귀만 읽는다면, 머릿속에 안데스의 비경과 잉카의 경이로운 기술, 미스터리한 도시가 그려진다. 잉카는 비록 에스파냐 정복자 피사로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그들의 영혼은 오늘도 안데스 협곡 위의 마추픽추에 남아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