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잡는 필터 부착한 에어컨 곧 나옵니다"
2020.06.18 17:27
수정 : 2020.06.18 17:27기사원문
"학생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항바이러스 필터를 공기청정기나 에어컨에 부착해 사용한다면 올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감염병을 버텨낼 수 있다고 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인프라안전연구본부 구현본 수석연구원(사진)은 18일 코로나19를 비롯한 다양한 바이러스를 99.99% 제거하는 필터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구 연구원은 2016년부터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미래선도형 융합연구단인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에 참여해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항바이러스 필터까지 개발했다.
광촉매를 이용한 항바이러스 필터는 필터 교체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공기청정기용 외부 필터를 우선 제품화했다. 에어컨용 필터도 곧 준비 중이다.
구 연구원은 "이미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모두 교체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고려해 외부장착형으로 필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국의 학교에서는 미세먼지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들였다.
이 필터의 핵심소재인 광촉매는 빛에 의해 활성화될 때 소재 표면에 활성산소가 형성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소재 표면에 접촉할 경우 활성산소의 강력한 산화력으로 파괴돼 제거되거나 감염력을 상실하게 된다. 연구 결과 광촉매가 대장균, 살모넬라균,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 등 다양한 세균 및 바이러스 종류에 상관없이 최대 99.99% 제거됐다.
지난 3월 3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경북지역에 항균·항바이러스 기능의 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를 26대 기부했다. 또 지난 4월 15일 21대 총선 때 서울 관악구·노원구·성북구 선거관리위원회 관할 투표소 및 개표소에 9대를 설치했다. 이 밖에도 서울역사 등에 10대 등 다중이용시설에 항균·항바이러스 필터를 설치, 운영했다.
구 연구원을 비롯한 건설기술연구원은 감염병의 접촉 확산 방지를 위한 항균·항바이러스 건설자재 역시 개발 중에 있다.
그는 "항균·항바이러스 건설자재는 자재 표면에 도달·침적되는 감염원을 직접 제거해 감염병이 확산되는 위험을 저감·방지하는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존 연구를 통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가 플라스틱이나 강재 표면에서 약 2일간 생존이 가능하고,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가 다양한 재료 표면에서 약 3일간 생존 가능하다고 보고된 바 있다.
또 국내 인증기관과 함께 항바이러스 제품의 성능 평가방법 표준 및 인증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에 항바이러스 제품에 대한 인증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병원, 요양원, 어린이집, 체육·쇼핑·식음·숙박·종교시설, 대중교통 등 다양한 다중이용 실내공간에서 적용 가능한 상시 방역·정화시스템과 이를 이용한 긴급대응시설도 개발을 추진 중이다.
구 연구원은 이 필터가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는 만능은 아니라고 경계했다. 그는 "밀폐된 교실에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확산은 순식간"이라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주 손을 씻는 것은 필수라고 당부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