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 성비위 속출하는데… 교육부는 뒷짐만
2020.07.12 18:04
수정 : 2020.07.13 09:51기사원문
교사와 교수 등 교육자들의 성범죄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교육부가 이 같은 현황을 주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일선 교육기관을 감사해 교원 성비위 현황을 점검한 사례가 있음에도 수사기관이 교육부를 제외한 일선 시·도교육청과 학교법인에만 성비위 사실을 통보한다는 이유에서다.
통계는 관리 않고 처벌은 '미흡'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교원의 범죄건수에 대한 공식자료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성비위로 징계 받은 교원이 무려 686명에 달한다. 3일에 1명씩 성비위를 저지른 교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직접적인 범죄 수사기록은 수사기관이 (교육부가 아닌) 대학이나 교육청으로 보낸다"며 "행정적으로 조사를 할 수는 있겠지만 굳이 (교원 범죄통계를) 데이터로 만들어 관리하진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는 동안 상당수 일선 시·도교육청이 교원 성비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686명 가운데 중징계를 받아 교단을 떠난 경우는 59%(40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41%(283명)는 경징계 처분을 받아 교단에 남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는 교육부령인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도 저촉될 소지가 있다. 이 규칙 제2조 별표의 징계기준에 따르면, 교원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매매나 성폭행, 성희롱, 불법촬영 등을 할 경우 비위의 정도가 중하거나 고의가 인정되면 해임 또는 파면처분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처분 주체인 일선 교육청이 성비위를 저지른 교원 41%에 대해 비위의 정도가 가볍거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우월 지위 이용한 '그루밍' 성범죄
성비위로 징계 받은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교원은 2013년 55명에서 2018년 170명으로, 대학 교수는 2016년 16명에서 2018년 45명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에도 교사 및 교수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엔 경남 김해와 창녕에서 교사가 교내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적발됐다. 올해 1월엔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교사가 5세 가량의 유치부 학생들을 성추행했다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7월엔 서울대학교 음대 교수가 대학원생 제자의 숙소방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가 논란이 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