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첫 초복, 몰려드는 손님에 '함박웃음'

      2020.07.16 13:48   수정 : 2020.07.16 14: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오늘 안 되는 집은 장사 접어야지” “여기도 꽉 찼네, 다른 데 갑시다”
땀이 줄줄 흐르는 한 여름 날씨에 보양음식을 파는 가게의 업주들이 활짝 웃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마스크를 쓰고 음식점을 찾은 시민들은 삼계탕과 사철탕 등 전통적인 보양식을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다.

반년 째 이어온 코로나19 유행에 마음 졸여왔을 점주와 손님 모두 모처럼 걱정 없이 즐거워보이는 모습이다.




"초복엔 예약도 못받아요"


초복인 16일 점심시간대에 찾은 서울 가락시장 인근 한 삼계탕집은 예약이 8팀이나 몰려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가게 앞에는 번호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인근 미용실에서 일한다는 30대 여성들도 초복을 맞아 이 가게를 찾았다. 미용실 실장이라는 김모씨(37·여)는 “평소엔 날도 덥고 시간도 많지 않아서 가게에서 시켜먹는 경우가 많은데, 초복이라 다같이 나왔다”며 “오늘은 3명은 예약도 안 받는다고 해서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게 입구엔 손님들이 벗어놓은 신발들로 어지러웠다. 사장님은 신발장을 가득 메우고 현관까지 꽉 채운 신발을 보는 것만도 흐뭇한지 신발을 정리하다가도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계산을 위해 일어선 손님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주인을 한참 기다리는 모습도 이어졌다.

서울 종로구 유명 삼계탕집도 이른 점심시간부터 몰려든 손님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매년 복날에 이곳을 찾는다는 60대 여성은 “줄이 길긴 하지만 1년에 3번밖에 없는 날이기 때문에 기다릴 만한 거 같다”며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해지는 게 감염병 예방의 첫걸음인 거 같다”고 전했다.


삼계탕은 뜨거운데··· 사철탕은 엇갈려


삼계탕의 뜨거운 인기와 달리 사철탕집은 지역별로 온도가 크게 엇갈렸다. 유명 사철탕집이 여럿 자리한 가락시장 인근에선 빈자리가 있는 가게를 찾기 어려웠지만 종로 가게는 썰렁한 분위기였다.

가락시장 인근에서 사철탕을 파는 점포 4곳을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무작위로 방문한 결과, 단 한 곳도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대목이니만큼 점심시간엔 개인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안내하는 가게도 있었다.

직장인 이모씨(28)는 빈자리를 찾으러 이 가게 저 가게를 돌아다니다 기자와 두 번이나 마주쳤다. 결국 한 가게에서 자리를 잡은 이씨는 “부장님이 보신탕집을 잡아두라고 먼저 보내줬는데 자리가 없어서 여기로 왔다”며 “오늘은 예약을 안 받는다고 해서 직접 돌아다녔는데 여기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식용 개고기가 유통되기까지의 문제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사람도 일부 있었다. 사철탕집에 들어서던 한 30대 여성은 “좋아하지 않지만 단체로 오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통 식문화인데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고 (업자들이) 감독을 받고 양성화돼서 최소한의 기준이 지켜져야 거부감이 없을 것 같다”하고 말했다.

반면 종로 인근 사철탕집은 초복이 무색한 모습이었다.
18년간 이곳에서 사철탕집을 운영했다는 점주는 “매년 보신탕을 찾는 손님이 줄긴 하지만 이렇게 안 팔린 건 처음”이라며 “오늘 6그릇 밖에 팔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점심시간임에도 가게에는 단 한 자리에만 손님이 있었다.


이 가게에서 음식을 기다리던 70대 남성은 “보신탕을 먹는 것도 개인의 자유”라며 “사회적으로 너무 안 좋게 몰아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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