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구직자 성추행' 편의점주..사용자 아녀도 업무상 위력 추행”
2020.07.23 12:00
수정 : 2020.07.23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0대 아르바이트 구직자에게 채용을 미끼로 자신의 집으로 유인한 뒤 성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된 편의점주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사용자와 피용자 간 관계가 아니더라도 구직자의 절박한 상태를 악용한 만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가 인정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진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경남 창원의 한 편의점 업주인 진씨는 지난해 2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 A군(당시 18세)에게 호프집으로 오라고 한 뒤 같이 술을 마셨다. 진씨는 A군이 집에 가야한다고 하자 집에 가면 마치 아르바이트 채용을 하지 않을 것처럼 카카오톡을 보냈다. 진씨는 이후 A군이 자신의 집으로 오자 침대에서 A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진씨는 재판과정에서 “최종적인 채용결정을 하지 않고 헤어진 이상 A군은 ‘업무?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이 아니며, 집으로 오지 않으면 아르바이트 채용을 하지 않을 것 같은 문자를 보낸 것만으로는 A군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위력을 행사할 때까지 아르바이트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고, 아르바이트 채용과 관련된 대화도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진씨는 편의점 점주로서 채용을 빌미로 피해자를 주점으로 불러내 그 의사를 확인하는 등 면접을 하고 이어 피해자를 집으로 유인해 추행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사실상 보호, 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채용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여 피해자를 추행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및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2심은 특히 “구직자는 다른 직장에 이미 채용이 됐거나 다른 직장에 쉽게 취업을 할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용권자의 질의나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으므로, 인력채용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근로계약 관계에서 사용자와 피용자 사이의 관계보다 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