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韓기업 해외진출 '헬퍼'로…IB역사의 산증인

      2020.08.17 14:07   수정 : 2020.08.17 16: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토종 사모펀드 1세대로 꼽히는 스틱인베스트먼트의 PE1본부는 2006년부터 15년간 한국 기업 해외진출의 '헬퍼(Helper)'로 활약했다.

글로벌 진출을 통한 고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에 투자, 내부통제 등을 개선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지원해 성공을 이뤘다. 동일 팀, 전략의 시리즈 펀드는 현재까지 4호에 이른다.

이는 국내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검증된 투자 팀이라는 평가다.

■의사·IT사업·무선 소재, IT산업 연구원까지..시작은 달라도 “우린 스틱人”
스틱 PE1본부 사람들의 첫 시작은 모두 달랐다.
투자업과 상관없는 정책연구원, 의사, IT 사업, 무선 소재 엔지니어 등 업종, 직업도 다양하다. 투자 대상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인재 풀(Pool) 마련이다. 단순히 재무적 투자로 끝나기보다 대상 기업의 질(質)적 성장을 끌어 내자는 것이 이경형 PE1본부장의 생각이다.

2006년 투자1본부 일반 심사역으로 시작한 이 본부장은 IT산업 정책연구원 출신이다. 골프존, 코나아이, 엠디에스테크놀로지, 오리온테크놀리지 등 글로벌 진출을 통해 성장하는 IT산업 및 IT 융합분야 기업에 집중 투자, 우수한 트랙레코드를 거둬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곽동걸 대표이사의 바톤을 이어 받아 2018년부터는 4호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 맡고 있는 투자1본부의 산증인이다
고주파 전기 수술기기 회사 '알에프메디컬'은 전문심사역을 통해 투자를 결정한 사례다. 의사 출신 윤기현 수석심사역을 보강, 스틱은 지난해 5월 185억원을 투자해 지분 49%를 확보했다. 나머지 지분도 매입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2018년 기준 영업이익률 44.8%, 순이익률 39.8%라는 높은 마진율을 기록했다. 수출 국가는 유럽, 대만 등 25개국, 수출 비중은 70%에 이른다. 스틱이 기 투자한 5G 통신 관련 트랜지스터 회사 'RFHIC'를 통한 협력도 추진한다. 의료기기 사업 진출 목적이다.

윤 수석은 "외과에서도 전문성이 높은 의사들이 사용하는 기기를 생산한다. 과점 기업 대비 가격은 낮고 품질은 동등한 편"이라며 "국내 간암용 치료 부문 중 어떤 시장에서는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를 현장에서 진단할 수 있는 진단 키트 회사 '메디안디노스틱(174억원 투자)', 인도 병원 체인 사히아드리 병원(1000만달러 투자) 등에도 전문성을 활용해 실사를 진행했다.

전자부품 회사 캠시스의 베트남 종속회사 '캠시스비나'도 IT 특화 직원이 투자를 주도했다. 2009년 스틱에 합류한 최안성 상무가 주인공이다. 최 상무는 인터넷 기반 콘텐츠 사업 경력을 바탕으로 ICT, 스마트폰 강화유리 회사 '제이앤티씨' 등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스틱은 2018년 7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참여해 287억원을 투자했다. 캠시스비나는 캠시스가 2014년 베트남에 설립한 카메라 모듈 회사다. 캠시스비나는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기 전 비교적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하는 등 현지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

그는 "캠시스비나 투자 당시 삼성전자의 글로벌 판매수량은 하향 추세였지만 카메라 모듈은 멀티카메라 추세에 힘입어 늘어 날 수 밖에 없다고 봤다"며 "카메라 모듈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에 활용 할 수 있어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전문성을 살린 투자 사례도 있다. 인도 배달회사 던조(Dunzo)가 대표적이다. 스틱은 지난해 하반기 던조에 800만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던조 투자에는 김홍진 상무가 활약했다. 한화생명 해외투자팀은 물론 베트남에서 독립계 PE(사모펀드) 자문사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김 상무는 "매장까지 가는 시간 등 배달 시간 데이터를 10가지 이상으로 세분화하는 것을 보고 투자에 대한 확신을 했다"며 "플랫폼의 효율성을 추구해 캐시 버닝(현금 소진)이 낮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봤다.

이어 "해외에서 인기있는 기술 기반 사업도 유망한 투자처지만, 관심을 받지 못한 현지의 기반 산업과 소비 시장이 성장하면서 자동으로 성장하는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의 세부적인 부분을 뒷받침하는 것도 돋보였다. 유럽계 IB(투자은행) 출신 이한주 상무는 '알에프메디컬' 투자 계약을 면밀하게 진행했다. 이진형 수석은 '캠시스비나' 투자의 재무분석 및 밸류에이션(가치) 확인 등에 관여했다.

이 수석은 "이익률이 높지 않은 산업인 만큼 재고자산관리가 핵심"이라며 "경영진과 충분한 토론을 통해 관리툴에 대한 검증을 끝냈다.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해선 투자계약서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헤지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현지 진출의 가교도 있다. 무선신호 소재 엔지니어 출신 배선한 베트남 겸 인도네시아 사무소장이 주인공이다. 배 소장은 "현지 시장에 맞는 전략과 인원을 선발하고 있다"며 "현지에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통합법과 현지 상법 및 제도간 차이로 투자 실무에 상충이 발생하기도 하고, 베트남에서는 운용사(GP)의 투자 결정 후 현지 당국의 승인이 필수적인 만큼, 한국의 자본시장 관련 법과 현지 투자 실무를 동시에 이해하여 한국 자본의 해외 진출에 제한이 없도록 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종익 수석은 유럽계 IB, 국내 독립계 PE, 홍콩 패밀리오피스를 거쳐 최근 본부에 새롭게 합류했다.

권 수석은 “빠르게 성장하는 이머징 국가 내 투자기회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니즈를 접목하는 투자를 발굴하여 투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토종 넘어 아시아 대표 PE로…1조 펀드 만든다
스틱 PE1본부는 토종 PEF를 넘어 아시아 대표 PEF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06년 국내 최초 미드캡 그로쓰 캐피탈 PEF를 시작한 후 충분한 역량이 쌓였다는 판단이다. 1~4호의 총 운용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5000억원 규모 5호 펀드 결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4호 펀드 출자자인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450억원 규모 출자확약(LOC)을 받았다. 지난 4호 150억원 대비 대폭 증액됐다. 기존 펀드의 10개 기관으로부터 증액 출자를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신규 투자자(LP) 모집을 통해 펀드 레이징(모집)을 성공리에 끝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조달된 자금은 해외진출을 통해 혁신성장을 추구하는 국내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이 본부장은 "투자를 통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을 히든챔피언과 월드클래스 수준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며 "글로벌 기업과 접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PE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아시아 대표 PE로 올라서겠다.
6호펀드는 1조원 이상이 목표"라며 "5년 내 PE1본부 운용자산(AUM)을 3조원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