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기다렸는데 아직…" 의료계 총파업에 환자 줄대기

      2020.08.14 14:22   수정 : 2020.08.14 15:48기사원문

"30분 기다렸는데 아직이네요…"

1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60대 황모씨의 말했다.

당뇨를 앓아 3개월에 한번씩 병원을 방문한다는 황씨는 이날 대기시간이 평소보다 긴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나야 급한 게 없는 사람이지만 많이 아픈 사람들은 힘들 거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한 의사들이 이날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를 담당하는 인력은 불참해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부 대학병원은 평소보다 붐비는 모습이었다.




■파업에 나선 의료업계…특이사항 없지만 대기시간 길어
이날 강북삼성병원은 진료가 다소 지연되고 있었다. 각 진료실 앞에는 수십명의 환자가 대기했고, 진료실 안내화면에는 '진료지연', '상담지연' 표시가 사라지지 않았다. 일부 환자들은 30분이 넘게 기다렸지만, 대기 안내 화면에 이름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갑상선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는 50대 이모씨는 "대기 시간이 길어서 오늘 환자가 많은가보다 했는데 파업이라고 하더라"면서 "30분째 기다렸지만 아직 한참 남은 거 같다"라고 말했다.

병원 앞에는 약 40여명의 전공의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의 손에는 '휘청이는 공공병원 수련환경 보장하라', '전공의 교육위해 지도인력 충원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있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우려할만한 특이사항 없이 운영되고 있으나 환자들이 몰려 혼잡해보였다. 진료를 마치고 나온 20대 김모씨는 "진료 대기시간과 처방전을 받는 시간 모두 평소보다 길다"면서 "파업하는 소식을 알고 왔기 때문에 예상은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파업에는 지난 7일 집단행동에 나섰던 전공의, 의대생을 비롯해 이른바 '펠로'라고 불리는 전임의들도 참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임의 869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서 전체의 80%인 734명이 파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주요병원은 전공의, 전임의의 의료 공백에 대비해 수술 일정 등을 모두 조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개인 연차를 사용했기 때문에 파업 참여 규모에 대해선 파악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교수진이 투입돼 진료 공백을 매우고 있는 상태다. 대기시간이 긴 것은 평상시와 같다"고 설명했다.



■동네의원 4곳 중 1곳 휴원…'헛걸음'하는 환자들도

동네의원들도 집단휴진에 참여하면서 환자가 헛걸음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3836곳 중 8365곳(24.7%)이 휴진 신고를 마쳤다. 의원 4곳 중 1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휴가철인 점을 고려하면 당일 휴진율은 더 높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 의원도 '8월 14일 휴진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다른 내과는 셔터문이 내려져 있었다.

몸살 기운으로 병원을 찾을 계획이었다는 30대 김모씨는 "전화로 확인해보니 병원이 닫은 거 같더라"며 "파업에 대해 특별히 반감은 없다. 가던 병원을 가는 게 편해서 일단은 참고 기다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공원 등 전국 곳곳에서 파업 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아 관련, 정세균 국무총리는 "집단행동보다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길 바란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정 총리는 "일부 의사들의 집단 휴진은 코로나19와 수마(水魔)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께 고통만 드릴 뿐"이라며 "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집단휴진으로 인해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진료 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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