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재팬, "재일 한국인은 北공작원" 발언 광고모델로 기용하자...

      2020.08.18 15:02   수정 : 2020.08.18 15:07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지난 17일 트위터 일본 계정의 실시간 트렌드 1위는 '아마존 프라임 해지 운동'이었다.

아마존의 미국 법인인 아마존 재팬이 과거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던 인물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자, 이에 분노한 일본 시민사회가 아마존 재팬의 월정액(500엔)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해지로 맞선 것이다. 일본 트위터에서는 '아마존 프라임을 해지했습니다'라는 해시태그가 줄을 이었다.



일본 트위터리안들이 문제를 삼은 아마존 프라임의 광고 모델은 과거 "재일 한국인은 북한 테러리스트 분자"라는 식으로 일반 시민으로 가장한 북한 공작원들이 일본에 있다고 주장한 미우라 루리다. 국제정치학자인 그는 "슬리퍼 셀(sleeper cell, 일본에 잠복 중인 북한 공작원)로 오사카가 위험하다"라는 등의 발언을 일삼았다.
과거 도쿄대 재학시절(2004년) 자민당 주최 국제정치 논문 대회에서 총재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자민당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관련 징병제 도입 주장 등을 펼쳐왔다. 미디어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온 인물이다.

또 다른 광고모델은 배우인 마쓰모토 히토시다. 그는 지난해 가와사키시에서 벌어진 하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에 의한 등굣길 아동에 대한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을 가리켜, "태어날 때부터 불량품이 있다"는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일본 내에선 태어날 때부터 범죄를 저지를 만한 '인종'이 따로 있다는 식의 발언은 우생학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마이니치신문은 18일 아마존 재팬을 향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틀린 말을 한 인물을 광고에 기용한다는 것은 기업이 그러한 발언에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도 출간된 바 있는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의 저자 이케다 가요코는 자신도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해지했다며, "슬리퍼 셀과 같은 발언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거대 IT기업인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의 미국 본사는 인종차별과 같은 헤이트 스피치에 민감한 반면, 이들의 일본 법인은 그렇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업이 바뀌기 바란다면 소비자가 행동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아마존 일본 법인은 "고객의 반응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향후 제작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광고 동영상은 현재는 비공개로 처리됐다.


반면, 자신과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식의 반론 역시 또 다른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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