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안 강촌CC, '장타+정확도' 동시 요구 정통 토너먼트 코스로 변신
2020.08.21 18:18
수정 : 2020.08.21 18:18기사원문
토너먼트 코스는 컨셉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세팅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공격력을 극대하하기 위해선 장타 친화형, 전략적 공략을 요구할 땐 러프를 길게 한 정확도 친화형 세팅을 한다. 이렇듯 어느 한 쪽에 주안점을 둔 세팅은 관리자 측면이나 선수 측면에서도 그나마 수월하다.
제39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이 열리고 있는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CC(파70·7001야드)가 그런 경우다. 이 골프장이 남자 대회, 그것도 메이저급 대회를 유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엘리시안 강촌CC는 KLPGA투어 대회만 유치하므로써 여성적인 코스로 골퍼들에게 강하게 각인돼 있었다.
하지만 GS칼텍스 매경오픈 개최를 계기로 그런 인식이 확 바뀌게 됐다. 이번 대회는 당초 파5홀이었던 7번홀(504야드)과 11번홀(522야드)를 파4홀로 하면서 파70으로 세팅했다. 출전 선수들 입장에서는 타수를 줄일 수 있는 홀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페어웨이 폭을 평균 40m로 좁혔고 러프 길이를 A러프 80mm, B러프 130mm로 조성했다. 러프 잔디가 한국잔디(야지)여서 발목이 푹푹 빠진 러프에 들어가면 클럽이 빠져 나오기 힘든 것은 당연했다.
만만한 홀이 한 홀도 없지만 특히 7번과 11번홀의 어려움에 선수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7번홀에서는 10명의 선수가 더블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내며 곤욕을 치렀다. 11번홀의 최대 희생양은 지난 KPGA선수권대회서 깜짝 우승을 거둔 김성현(22·골프존)이었다. 김성현은 이 홀의 부담을 떨쳐내지 못하고 두 차례 OB를 내면서 5타를 잃는 퀸튜플보기를 범했다.
이러한 코스 세팅에도 불구하고 123명의 출전 선수 중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는 40명 이상이나 됐다. 오후조가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예상 컷 기준타수는 현재로선 1오버파다. 이렇듯 예상보다 스코어가 나쁘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남자 선수들의 기량이 출중한데다 그린이 다소 소프트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대회장에는 오후 들어 낙뢰 경보와 함께 강한 비까지 내렸다. 오후 2시20분 부터 3시20분까지 1시간 가량 경기가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그 중 약 20분간의 짧은 시간에 대회장에는 15mm 정도의 몰폭탄이 쏟아졌다. 하지만 배수가 잘된데다 물이 차있던 몇몇 그린도 물기를 금세 제거하므로써 지체없이 경기를 속개할 수 있었다.
5언더파 65타로 1라운드를 마친 '디펜딩 챔피언' 이태희(OK저축은행)는 "5차례 정도 연습 라운드를 해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하지만 처음 왔을 때와는 완전 다른 코스가 됐다. 500야드가 넘는 파4홀이 3개나 있다. 페어웨이를 지키면 그나마 괜찮지만 러프에 들어가면 2온이 어렵다. 골프장측의 변별력 제고를 위한 코스 세팅에 선수로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계속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배수가 잘 되어서인지 그린 스피드도 좋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엘리시안 강촌CC 임충희(65) 대표이사는 "대회코스가 기존 남서울CC에서 바뀐다는 얘기를 듣고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물론 그에 앞서 코스 관리 팀 등 직원들에게 남자대회 유치에 문제가 없겠느냐는 의사를 물은 뒤 결정했다"고 대회 유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치를 결정하고 나서 회원들에게 충분한 양해를 구한 뒤 대회 개막 한 달 전부터 코스 조성에 들어갔다. 회원들의 협조도 큰 힘이 됐다"면서 "우리 임직원들은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와 함께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대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또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우리 골프장 입장에서 이번 대회 유치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대회를 마치고 나면 우리 골프장은 메이저대회 유치 코스답게 코스관리, 운영, 서비스 등 제반에 걸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며 "달라진 엘리시안 강촌에서 골퍼들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이번 대회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