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테넷’의 상속
2020.09.11 10:36
수정 : 2020.09.11 10:36기사원문
우리는 미래가 현재가 되고, 현재는 과거가 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순행하는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였지만 객관적 시간의 흐름을 역행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단지, 미래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머신 정도만 상상해봤을 뿐입니다.
영화 ‘테넷’(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서 미래와 현재를 오가며 세상의 파괴를 막아내는 이야기입니다. 순행하는 시간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시간을 역행하는 영화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작품 속에서, 사토르(케네스 브래너 분)는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 분)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단지 괴롭히기 위하여 이혼해주지 않습니다. 캣은 인버전을 통해서 과거로 가서 사토르를 살해합니다. 살인죄 성립도 문제되지만 남편 사토르의 사망으로 상속 문제가 발생합니다.
상속이란 사망한 피상속인의 재산상 권리나 의무가 상속인에게 법률 규정에 의해서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사망한 피상속인의 부동산, 채권 등뿐만 아니라 피상속인의 채무도 상속됩니다. 이러한 상속에 대해서는 민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상속 순위도 순행하는 시간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상속 순위에는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라는 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즉, 객관적 시간의 흐름을 전제로 개별, 주관적 시간의 흐름이 다를 수 있음이 반영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상속 1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아들, 딸, 손자녀 등), 2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 3순위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순위는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백숙부, 고모, 이모 등)입니다.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1순위, 2순위 상속인과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선순위의 상속인이 있으면 후순위 상속인은 상속받을 수 없습니다. 상속 순위가 같은 상속인이 여러 명일 때에는 최근친을 선순위(손자녀 보다는 아들, 딸이 우선)로 합니다. 동일한 촌수의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태아도 살아서 출생하면 상속인이 됩니다.
남편 사토르가 사망하면 배우자인 아내 캣과 사토르의 아들이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캣의 아들이 사토르의 친자식이 아니면 상속인이 될 수 없고, 사토르가 캣의 아들을 입양했어야만 사망한 사토르의 상속인이 될 수 있습니다.
상속받는 비율도 피상속인 사토르의 배우자 캣이 피상속인 사토르의 아들보다 50%를 더 많이 받습니다. 즉, 캣과 아들은 1.5 : 1의 비율로 사토르의 재산을 상속받습니다. 즉, 공동상속인 간의 상속 비율은 동일하지만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공동상속인보다 50%를 더 상속받습니다.
그렇지만 캣은 상속 결격으로 남편 사토르의 수많은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습니다. 상속 결격이란 법이 정한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별도의 선고절차 없이 당연히 상속자격이 박탈되는 것을 말합니다.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을 고의로 살해하면 상속 결격이 됩니다.
우리는 기술 습득, 자격증 취득, 부의 축적 등의 그 어떤 것들을 자신보다 빠른 시간에 달성하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을 접하게 되면 놀라움과 즐거움은 잠시이고, 좌절감, 무력감 등에 빠지기도 합니다.
객관적인 시간을 역행하는 것은 영화와 같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개별, 주관적인 시간의 단축이나 역행은 꾸준함이나 노력 등으로 어느 정도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삶은 객관보다는 주관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