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0억 '통신비 2만원' vs. 1200억 '독감백신 무료' 민주당 협상 문 열었다
2020.09.15 16:24
수정 : 2020.09.15 16: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이번주 내로 7조8000억원 규모 4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협상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요구하던 전국민 독감 백신 무료 접종에 대해 민주당은 '거부' 입장에서 '논의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15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 여당이 야심차게 내놓은 만 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안이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이고 4차 추경 처리의 걸림돌이 되면서 민주당도 야당의 일부 주장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출구 전략 마련에 나선 셈이다.
9300억원에 달하는 통신비 2만원 지급 예산을 처리하려는 여당과 최소 12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독감 백신 무료접종 확대 예산을 요구하는 야당간 절충안이 마련될 경우, 이르면 오는 주말께 4차 추경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정책위 핵심관계자는 이날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전국민으로 확대해야만 추경안 처리에 협조하겠다면 (우리도 무료접종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원내 협상 과정에서 논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요청하는 독감 백신 무료접종은 기존 3000만명 접종 분량 가운데 1900만명 무료 접중 이후 남은 1100만명 규모의 유료 접종분을 무료화시키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예산 소요가 있으니 기획재정부와도 논의해야 하고, 부처에서의 동의도 필요하다"며 "추경 처리가 좀 늦어지겠지만, 서로 얘기만 잘된다면 상임위 통과부터 속도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 13세 이상 전국민에게 월 2만원 이동통신요금 1개월분을 지급하는 예산만 9280억원으로 잡히자,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하며 대안으로 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제안했다.
3차 추경 당시 독감 백신 무료지원 대상을 1900만명까지 늘리기로 해 예산 489억원이 확정됐지만, 이번 4차 추경으로 남은 1100만명까지 무료지원하게 될 경우 추가 소요 예산은 최소 1200억원에서 최대 2000억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은 일단 대놓고 국민의힘 제안을 받아들이진 않았으나, 대안을 주면 논의해 보겠다며 기존 거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심사과정에서 통신비 부담 완화 보다 지지를 받으면서 현실적 대안을 (야당에서) 제시한다면 저희는 충분히 검토할 의사가 있다"며 "(무료 접종) 대상을 더 넓히던가 하는 것은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전 국민에게 무료접종을 하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미리 검토해보지 못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단 논의 여지가 마련되면서 여야간 추경안 심사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이나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강조한 오는 18일 추경안 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낙연 대표는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주 안에 꼭 처리가 어렵다면 주말에라도 예결위를 열어 최대한 빨리 처리해달라"며 속도전을 주문했다.
그러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는 18일까지 본회의에서 4차 추경안 처리는 어렵다고 못박았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의 만나 "추경은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쳐서 예결위 심사를 거쳐서 통과된다"며 "지금 상임위 한두 곳에서 심사가 시작됐다. 전액을 빚 내서 하는 7조8000억원 예산을 꼼꼼히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