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아베는 단선적 판단… 아베형일지, 고이즈미형일지는 지켜봐야"

      2020.09.20 18:24   수정 : 2020.09.20 18:24기사원문
【 도쿄=조은효 특파원】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국제관계학·사진) 교수는 20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현재는 아베 노선의 계승자를 자처하고 있으나, 실제 '아베형의 이데올로기스트'일지, '고이즈미형의 현실주의자'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내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인 오쿠조노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 똑같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단선적인 판단"이라며 "당분간은 아베 노선을 유지할 것이나, 재임 기반을 다져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면 일본의 국익에 따라 전략적으로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판단 시점은 "스가 총리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점, 즉 재임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할 때"라고 했다.

이르면 다음달로 예상되는 조기 총선이 그 가능성을 판가름할 계기가 될 것이란 얘기다. 스가 총리의 임기는 아베 전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잔여 임기인 내년 9월 까지다.
재임하려면 내년에 다시 자민당 총재 선거를 치러야 한다.

오쿠조노 교수는 "한국에서는 고이즈미 전 총리는 우파요, 아베 전 총리는 극우로 분류하는데, 양자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아베 전 총리가 수정주의적 역사관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고이즈미 전 총리는 (드러난 것에 비해) 수정주의적인 역사관을 갖고 있지 않을 뿐더러 현실적인 외교를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가 총리가 향후 일본이 놓인 국제환경, 미·중 질서, 일·중 관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문제 등을 고려할 때 한국과의 관계를 이대로 두는 게 과연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이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현실주의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쿠조노 교수는 "스가 총리는 한국과의 관계에서 두 가지 '간접 체험'이 있는데, 하나는 아베 정권 초기 관방장관으로 재임하면서 과거 고노담화(1993년)를 검증했던 것, 다른 하나는 한·일 위안부 합의(2015년)에 관여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노담화가 만들어진 과정, 이후 아시아여성기금 조성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주고받았던 교섭 내용, 시민단체의 개입 등을 살펴봤으며, 이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파기되는 과정 등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그는 "이 두 사건을 통해 스가 총리는 문재인 정권을 비롯해 과거 한국 정권을 어떻게 보면, 체험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불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그러나 "이것이 곧 수정주의적 사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의 만류에도 아베 전 총리 사임 당시 위로 입장을 공식 표명했던 것이나, 스가 총리 취임 축하 전문을 보낸 것 등은 새로 출범한 일본 정권에 긍정적 메시지로 전달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오는 11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하나, 한·일 간에 실무레벨 수준의 협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총리관저가 주도했던 아베 시대 외교스타일과 달리, 스가 시대에는 외무성이 보다 활발히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아사히신문과 NHK의 기자 출신으로, 연세대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으며 동서대 교수를 역임한 뒤 현재 시즈오카현립대 국제관계학연구과 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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