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 지정, 역기능 살피며 심사숙고하길

      2020.09.21 18:17   수정 : 2020.09.21 18:17기사원문
전국의 인구 50만 이상 16개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국회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가 최근 본격 심의에 들어가면서다. 지난 5월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특례시 지정에 소외된 도시들이 반발하면서 이슈 자체가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례시 지정은 해묵은 쟁점이다. 지난 2018년에도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안이 제출됐다. 하지만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중앙정부나 광역단체에 비해 '을'의 입장인 지방정부 간 특례시의 행정·재정적 권한을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행안부와 10명의 국회의원들이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도 특례시에 지정될 수 있는 새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인구 하한선만 낮췄지, 특례시와 일반도시의 갈등요인은 그대로라면 문제다.

물론 인구가 많은 도시에 특정한 지위를 부여할 당위성은 있다. 그동안 이들 일반도시에 일부 행정·재정적 특례를 주긴 했으나, 대도시 행정수요에는 크게 못 미쳤다. 그래서 발전이 저해되거나 시민들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적잖았다. 하지만 특례시 지정 시 비특례 도시들의 재정이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예컨대 현재 광역지자체가 걷는 취득·등록세를 특례시 재원으로 돌릴 경우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소규모 시·군의 소멸 위기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례시 지정은 한쪽 면만 보고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청사 이전 등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 비특례시, 나아가 광역시·도와 갈등만 초래해선 곤란하다. 특례시 대상이 수원, 고양, 용인, 성남, 화성, 남양주, 평택 등 수도권에 편중된 대목도 논란거리다. 지역균형발전이란 또 다른 대의와도 상충되는 탓이다.
더욱이 광역행정 수요가 증가하는 최근 추세에 배치되는 측면도 있다. 국회가 이런 역기능을 살피면서 특례시의 인구 하한선이나 행정·재정적 권한 범위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이유다.
여야는 좀 더디더라도 숙의민주주의가 답이란 관점에서 접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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