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신선채소 키운다
2020.09.22 11:00
수정 : 2020.09.22 10:59기사원문
이에 따라 농진청은 극지연구소와 협력해 식물공장을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에 실어 보낼 준비를 마치고, 남극으로 출발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식물공장을 실어 보낼 항공이나 배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칫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남극에 식물공장 보내기' 프로젝트는 극지연구소의 과감한 결정 덕분에 빛을 보게 됐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에게 신선채소를 공급하게 될 식물공장은 국제규격인 40피트 컨테이너(12×2.4m) 형태로, 지난 2010년에 보내진 식물공장보다 규모가 크다. 또, 엽채류(잎채소류) 이외에도 기존 식물공장에서 재배가 어려웠던 고추, 토마토, 오이, 애호박 등 과채류(열매채소)까지 동시에 재배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농진청은 식물공장을 보내기에 앞서 식물공장 전문 산업체 주관으로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원들에게 신선채소 재배법을 교육했다.
엽채류와 과채류를 동시에 재배할 수 있는 식물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하루 1.5∼2kg 정도의 엽채류를 생산할 수 있다. 식물공장에서 수확한 신선채소는 여름철에는 칠레에서 공수한 채소를 먹을 수 있었지만, 겨울철에는 운송수단이 없어 거의 6개월 동안 채소를 먹지 못한 월동연구대원들에게는 제공된다. 식물공장은 발광다이오드(LED)를 인공광으로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이고, 빛의 세기를 식물의 종류와 생육단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재배환경 조절과 생육상황 영상을 원격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해 농진청 전문가와의 상담이 원활하도록 구성했다.
한편, 식물공장과 함께 월동연구대원들이 채소가 재배되는 광경을 투명창을 통해 볼 수 있도록 컨테이너형 휴게공간도 보낼 계획이다. 농진청 허태웅 청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남극이라는 특별한 곳에 우리의 기술과 경험을 담은 식물공장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상황이 좀 나아지면 전문가를 파견해 부족한 부분에 대한 기술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극지연구소 강성호 부소장은 "식물공장이 설치되면 엽채류 뿐만 아니라 과채류까지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대원들의 식생활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시설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농진청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