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회원국 스위스, EU와 이동자유 조항 끝장낼까
2020.09.27 04:28
수정 : 2020.09.27 04:28기사원문
유럽연합(EU) 회원국도 아닌 스위스가 EU의 이동자유 조항인 솅겐조약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에 들어간다.
BBC는 26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기 27일 EU와 국경을 통제할지 여부를 놓고 마침내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면서 스위스는 회원국이 아니지만 자유로운 교역을 위해 EU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투표에서 솅겐조약 탈퇴가 결정되면 스위스 역시 EU에서 탈퇴한 영국(브렉시트)처럼 EU와 다시 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
스위스 법무장관은 "브렉시트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는 그동안 계속해서 스위스가 좋은 것만 취하는 이른바 '버찌 따기(cherry-picking)'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동제한 조처를 취하면 자유무역 역시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우파 스위스국민당(SVP)이 계속해서 국경차단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도 SVP가 제안했고, 2014년 간발의 차이로 가결된 EU 시민 이민 연간 쿼터 제한 방안 역시 SVP가 추진한 것이었다.
50.33%가 찬성하고, 49.67%가 반대한 당시 국민투표 결과 스위스 정부가 EU와 절충안을 찾아야 했고, 결국 스위스는 이미 실업률이 높은 분야에서만 스위스 영주권자를 우선 채용한다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SVP는 이는 의미가 없다며 다시 2차 국민투표를 통해 완전한 이동제한을 추진하게 됐다.
SVP는 스위스가 잃을게 없고, 좋은 일만 가득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급 인력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토지 투기가 사라지고, 집 값이 내리며, 주택 임대료도 낮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자유교역이 사라지는 것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스위스인들이 프랑스 치즈를 좀 적게 먹고, 프랑스인들도 스위스 치즈를 이전보다 적게 먹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제적 충격을 우려해 자유로운 이동을 주장하는 자유주의 시민단체 '오퍼레이션 리베로'는 EU가 스위스 최대 교역 상대방이어서 이동제한에 따른 자유교역 상실은 심각한 경제적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오퍼레이션 리베로에 따르면 스위스와 독일간 교역 규모만 중국·미국과 교역을 합한 것보다 많다.
만약 국민투표에서 이동제한이 가결되면 스위스 정부는 EU와 무역협상을 맺은 상태이건 아니건 무조건 1년 안에 이를 실행토록 돼 있다.
스위스 정부는 국민투표 부결을 강력히 호소하고 있다.
국민투표 가결 가능성은 아직은 낮지만 실제 뚜껑이 열려봐야 알 수 있다. 작은 나라에 인구가 너무 많다고 느끼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 660만이던 인구는 10년만인 올해 860만으로 200만명 늘었다. 늘어난 인구 4명 가운데 1명이 스위스 출신이 아닌 EU 출신이다.
또 일부 스위스 국민들은 EU출신 값싼 인력이 자신들의 임금까지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까지 하고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이를 지지하는 국민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60% 이상이 이동제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국민투표에서는 신형 전투기를 구매할지, 아빠에게도 출산휴가를 줄지, 출산 가족에게 세금공제를 해줄지를 결정하게 된다.
아울러 멸종 100년만에 다시 알프스 지역에 모습을 드러낸 늑대 사냥에 관한 새 규정에 관해서도 국민투표가 이뤄진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