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뜨자 장외 주식 시장, 허위 매물 속출

      2020.09.27 14:13   수정 : 2020.09.27 14: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 최근 40대 A씨는 빅히트 공모주 청약을 해도 경쟁률이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 같아 장외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장외주식을 사려고 이리저리 인터넷을 찾아 했지만 빅히트 매물을 구하기 힘들었다. 그러다 사설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에 빅히트 주식을 팔겠다는 글을 발견해 너무 기뻤다.

막상 전화를 걸었더니 방금 매물이 팔려서 나갔다며 다른 주식을 추천해줬다. 브로커의 설명에 현혹돼 그만 그 주식에 투자하고 말았다.


#2. 30대 직장인 B씨는 한 사설 사이트에 장외주식 크래프톤 매도 글을 보고 주식을 사기 위해 전화를 했다. 수십군데 전화를 돌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매물을 다 팔고 지금은 없다는 말 뿐이었다. 가까스로 매물이 있다는 브로커와 연락이 닿았지만 의심스러워 인터넷에 조회를 해보니 대포폰이었다. 결국 B씨는 장외주식 매수를 포기했다.

최근 공모주 청약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크래프톤 등 장외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자 허위매물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다. 장외주식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고 매물도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브로커들이 이를 이용해 허위 매물을 몰려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후 호가를 올리거나 다른 매물을 추천하는 식이다.

27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사설 장외주식 사이트에서 허위매물이 늘고 있다. 장외주식 사이트 게시판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 모빌리티 등 인기 있는 장외주식을 판다는 매도 글을 올려놓고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 글을 확인한 후 이메일이나 전화로 연락해 거래를 진행하려고 하면 인기 매물은 이미 거래가 끝나 매물이 없고 대신 다른 매물을 추천하는 식이다. 현재 빅히트 등 인기 있는 장외주식은 매물 자체가 잠겨 거래가 아예 없는 상태다. 인기있는 미끼 매물로 투자자들을 모으고 다른 종목으로 거래를 유도하는 것이다.

제도권 내에서 정식으로 장외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은 ‘K-OTC(한국장외주식시장)’이다. 과거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던 비상장주식 장외 매매시장인 ‘프리보드’를 확대 개편했다. 일반 주식처럼 증권사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나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를 통해 쉽게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의 경우 인기 있는 종목의 매물이 많지 않고 거래할 수 있는 기업과 주식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에 인기 종목의 매물을 판다는 글이 올라오는 사설 사이트로 투자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사설 사이트의 경우 개인이 거래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중간 ‘브로커’를 끼고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 과정에서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의 위법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원래 사려던 기업의 주식이 아닌 다른 기업의 주식을 샀다가 추후 상장이 무산되거나 연기되면 그에 따른 주가 급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가게 된다. 인기가 있고 가격이 오르고 있는 기업의 장외 주식이라고 하더라고 아직 공모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고평가 우려가 없진 않다. 개인 간 거래다 보니 최악의 경우 소위 ‘먹튀’를 당해 투자금을 날릴 수도 있다.

최근에는 장외주식에 자금이 몰리다보니 브로커들이 플랫폼을 옮기며 1~2주만 매물을 고가에 올려놓고 시장 반응을 보며 호가를 올리는 사례도 있어 거품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거래 금액이 클수록 브로커들이 받는 수수료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와 제휴를 맺어 확인된 매물만 올리는 사설 플랫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아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면서 “최근 유동자금이 장외시장에 몰리면서 브로커들이 허위매물로 가격을 올리거나 상장 가능성이 없는 주식을 현혹해 사도록 만드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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