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대생 구제해달라' 촉구에도 싸늘한 여론
2020.10.02 13:00
수정 : 2020.10.02 13: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의료계가 정부 의료개혁에 반발하며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의 구제를 연일 촉구하는 가운데 정부는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제 발로 응시기회를 걷어찬 의대생에게 재응시기회를 줘선 안 된다는 여론의 눈초리도 따가운 상황이다.
국시를 거부한 2700여명의 4학년생들이 한 해 뒤인 2021년도 국시에 다시 응시하게 되면 3100여명에 이르는 의과대학 3학년생들과의 레지던트 수련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병원 전공의들과 의과대학 학장 등 의료계 선배들이 국시 응시를 거부해 실기시험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의대 4학년생들의 구제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전국 113개 병원 전공의들은 지난 9월 30일 공동성명을 내고 "내년에 27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할 경우 향후 수년간 국가 보건의료체계에 큰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의사 수급 부족으로 발생할 국가 보건의료체계 위협에 대해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와 국회가 국민적 반감이 큰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를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자 이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루 앞선 9월 29일엔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들이 모인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젊은 의대생들이 참여한 단체행동을 진료 불편을 초래한 의사 파업과 분리해 생각해주시고 그 순수함과 진정성을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 등 단체행동이 국민에게 불편을 줬던 의사파업과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의료 관련 12개 단체가 모인 한국의학교육협의회, 대한한의사협회 등도 국시를 거부했던 의대생에게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이 의료공백을 막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국시 거부 이후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의대생들은 9월 24일 공동성명을 통해 사실상 재응시 기회를 달라며 입장을 선회한 상태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대표들이 각 학교별 투표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결과로, 별다른 대국민 사과 의사 없이 "의사 국가시험에 대한 응시 의사를 표명한다"는 입장만 내놓은 바 있다.
의료계 일각에선 국시를 거부한 2700여명의 4학년 학생들이 내년도에 단체 응시를 할 경우 3학년생과 레지던트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일부 인기 의료기관과 전공을 놓고 벌이는 경쟁도 예년의 2배 가량 치열해질 수 있다. 의대생들이 4학년 구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적은 의사수 양성으로 인해 다른 전문직 자격시험과 달리 합격률 97%를 넘겨도 별반 비판받지 않아온 국시도 때아닌 조명을 받고 있다. 국민적 지지가 높은 정부의 의료정책에 의대생까지 나서 집단행동을 벌인 배경에 사실상 경쟁 없이 안정적으로 자격취득이 가능한 국시가 있다는 비판이다. 올해 시험을 포기해도 97% 합격률에 이르는 절대평가를 거쳐 자격 취득이 가능해 응시를 포기하는 심리적 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국과 의료계는 인구수 대비 배출되는 의사 수가 적다는 점을 들어 현행 의사자격 취득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국시 실기시험은 지난달 8일 시작해 5주째에 접어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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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