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캠프 줄확진 ‘마비’… 바이든도 역풍 우려 ‘조용한 유세’

      2020.10.04 17:01   수정 : 2020.10.04 18:14기사원문
1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트럼프 진영은 부통령과 다른 트럼프 가족을 대리로 내세워 유세를 계속할 예정이며, 이에 맞서는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그동안 미뤄왔던 대규모 대중연설을 다수 추진해 막판 총력전에 나서기로 했다.

트럼프 선거운동본부는 후보뿐만 아니라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마비상태에 빠졌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입원 직후 위스콘신과 플로리다주 유세가 취소됐다. ABC방송에 따르면 스테피언은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일부 공개행사들이 취소되겠지만 선대본부 사무실은 여전히 개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당장 이달 15일과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대선후보 토론회 개최조차 불투명하다. 7일 예정된 부통령 후보 토론은 그대로 진행된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3일 보도에서 트럼프 진영이 오는 8일 애리조나주에서 선거유세를 재개한다고 전했다.
이번 유세는 트럼프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도할 예정이며 트럼프의 장남뿐만 아니라 차남 부부까지 참석하기로 했다. 선거본부의 팀 머타 대변인은 "미국인은 수정헌법 1조에 따라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고 부통령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일 수 있다"며 "우리는 항상 참석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예방조치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세가 차질 없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유세현장에서 마스크를 나눠주기는 했지만 실제로 착용하는 지지자는 많지 않았다. 아울러 트럼프는 선거운동을 현장집회 중심으로 진행했던 만큼 선거운동의 추진력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화당 론 존슨 상원의원(위스콘신주),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지사,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 등 캠프 핵심인물들도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민주, 역풍 우려에 신중 행보


바이든은 트럼프 확진 소식을 듣고 "빠른 회복을 빈다"고 밝힌 뒤 주요 선거광고에서 트럼프를 비방하는 내용을 제외했다. 민주당 선거캠프는 트럼프 입원기간 동안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방을 금지하고 바이든의 긍정적인 요소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미 싱크탱크 초당정책센터의 존 포티어 선임연구원은 바이든이 트럼프의 감염을 조롱하거나 공격할 경우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하고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캠프 관계자는 폴리티코를 통해 바이든이 굳이 트럼프의 코로나19 방역 실패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며 대통령이 입원했다는 분명한 사실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캠프가 앞으로 트럼프에 대한 비방보다 갈수록 늘어가는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숫자에 집중하며 지지자들을 결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신 바이든은 2일 미시간주 유세를 시작으로 5일 플로리다주 타운홀 집회까지 대규모 현장 유세에 나섰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과거 바이든이 지하실에 틀어박혀 현장에 나오지 않는다고 비방했던 점을 언급하며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정치학 교수는 이미 21개 주에서 320만명이 사전투표를 했다며 "사전투표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급증했고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우편투표 부정선거 의혹을 의식해 선거일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확진이 표심에도 영향


폴리티코가 2일 유권자 9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는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진 때문에 바이든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답했다. 트럼프에게 투표할 마음이 생겼다는 답변은 23%였으며, 이번 사건과 투표가 무관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1%였다. 응답자의 53%는 트럼프가 코로나19 확진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고 책임이 없다는 대답은 34%였다.

민주당 유권자의 46%는 트럼프의 건강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공화당 유권자의 78%는 대통령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8%는 트럼프가 앞으로 대면 선거운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바이든도 대면 선거운동을 멈춰야 한다는 답변 역시 47%에 달했다.

두 후보의 지지도는 트럼프의 입원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가 3일 발표한 경합주 여론조사에 의하면 바이든과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각각 49%, 4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바이든의 지지율은 플로리다주에서도 47%로 트럼프를 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바이든은 미 경제매체 CNBC가 지난달 29일 1차 TV토론 직후 조사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48%의 지지율을 보여 41%를 기록한 트럼프를 앞질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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