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中 책임론’ 기름 부을라.. 트럼프 확진에 속내 복잡한 中

      2020.10.04 17:01   수정 : 2020.10.04 17:04기사원문
【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중국과 일본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향후 세계를 좌지우지할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예측 자체가 어려운 시계제로의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여전히 극한 대립 중이며 일본은 미일 관계 강화를 꿈꾸고 있다.



우선 중국은 두 가지 경우의 수 모두 악재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무사히 극복하더라도 중국에 우호적으로 정책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코로나19 사태 이후 팬데믹 책임을 줄곧 중국에게 돌렸다. 중국이 코로나19를 감추고 공개하지 않아 세계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일부에선 중국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미국은 이날 현재 728만여명이 코로나에서 감염됐고 이 가운데 20만8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날에도 5만3000여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같은 '중국 때리기'는 미국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는 자국 내 여론도 있지만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승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탈출구로 해석된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수많은 논란을 만들어낸 트럼프 행정부가 뒤늦게 정부 책임론을 인정할 경우 지지세력 마저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감염된 것은 향후 대선의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입장에선 선거 유세나 지지호소보다는 치료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류웨이둥 중국사회과학원 미·중관계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확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소식일 수도, 나쁜 소식일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중국 때리기 전술을 쓰는 걸 정당화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듯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각국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 확진 당일 위로 전문을 보내거나 성명을 발표한 데 반해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의 짧은 트윗이나 주미 중국 대사의 발언 외에는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중국과 적대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 것과는 대조됐다. 오히려 중국 네티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을 조롱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상승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기 바란다"는 짧은 전문을 보냈다는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충격으로 대선에서 낙마하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된다고 가정해도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트럼프 행정부보다 중국에 훨씬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이미 민주당 정책 보고서에서 중국의 부당한 환율조작과 덤핑, 불공정한 정부 보조금과 무역 관행, 국유기업 남용 행위 등을 문제 삼았다.
대중 강경 노선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바이든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한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티베트, 네이멍구자치구 등의 인권 문제도 강한 대응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경제 치적 쌓기에 열중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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