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골프장 개발 막아달라” 유네스코에 서한
2020.10.05 07:00
수정 : 2020.10.05 17:37기사원문
지역민들은 태릉골프장 개발시 인접한 태릉과 강릉 등 세계문화유산의 경관 훼손과 가치 상실이 명백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어 유네스코 측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태릉 주민들로 구성된 '초록 태릉을 지키는 시민들'(이하 초록 태릉)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달 25일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사에 태릉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발송했다.
태·강릉을 비롯한 국내 18개 지역의 조선왕릉 40기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스페인 세비야 총회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중 문정왕후 윤씨의 무덤인 태릉은 서울 시내에 남아있는 조선왕릉 8기 중 보존 상태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부지면적이 약 83만㎡인 태릉골프장에 초고밀 개발을 통해 최고 35층으로 1만 가구를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태릉골프장은 태·강릉과 왕복 6차선인 화랑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지정 당시 '완전성' 평가 항목에서 "도시개발이 몇몇 유적의 경관에 영향을 미쳤다"며 능 조성 당시와 주변 환경이 현저히 바뀐 선릉, 헌릉, 의릉 등이 걸림돌로 지적된 바 있다. 유네스코는 선릉, 헌릉, 의릉을 모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지만 원상복구와 함께 주변 재건축 높이 제한 등을 등재 조건으로 제시했다. 유네스코는 '조선왕릉'을 소개하는 세계문화유산 홈페이지에도 이같은 내용을 게재하고 있다.
초록 태릉 측은 유네스코에 서한을 통해 골프장 개발을 강행할 경우 △문화경관 훼손 △태·강릉의 연지(연못) 복원 불가 △세계유산 보존과 관리 협약 불이행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초록 태릉 측은 세계유산 등재, 보호, 관리를 전담하는 문화재청이 지역공동체와 시민단체 등 민간 기구와 협약하는 보호·관리 활동은 전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록 태릉 관계자는 "문화재청은 이번 태·강릉 개발 압력과 변화에 대한 유산의 취약성 평가 및 모니터링에서도 지역사회와 국민의 협력 요구를 거부하고 비공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원구 하계동 주민 윤모씨(45)는 "골프장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을 개발하려는 데 화가 난다"라며 "1만 가구가 임대주택이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주택을 짓더라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초록 태릉 측은 오는 8일 서울 중구 명동길 한국유네스코회관 앞에서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