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나오셨습니다".. 세종대왕도 "헉!" 하는 그 말
2020.10.08 06:00
수정 : 2020.10.08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 40대 워킹맘 이수진씨는 지난 연휴에 중학생 딸의 얘기를 못알아 들었다. 딸이 '김현아'에 가자고 해서다. 이씨는 김현아가 '김포현대아울렛'을 뜻하는 것을 알고 내가 더 이상 신세대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2. 20대 취업준비생 박예지씨는 스터디 모임을 위해 커피숍을 자주 이용한다. 박 씨는 "커피숍 매장 직원들이 손님에게 "종업원이 커피 나오셨습니다"고 말할 때가 자주 있다며 과연 이 말이 어법에 맞는 것인지, 너무도 어색해 웃음을 참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3. 최근 옷가게를 찾은 50대 임홍재씨는 점원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점원이 "그 옷은 없으세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언제부터 사물이 높임말을 받는 존재가 됐는지 모르겠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우리 일상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어법에 맞지않는 필요이상의 한글 줄임말이나 잘못된 높임말 등이 너무 난무하고 있다. 올해로 574돌을 맞이한 ‘한글날’이 무색할 정도다. 한글의 변화에 대해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라는 의견과 소통을 위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줄임말, 은어, 신조어 홍수 시대
8일 파이낸셜뉴스가 조사한 결과 특히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한 말·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들이 어법에 전혀 맞지 않는 줄임말을 즐겨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줄임말을 예를 들면 '애빼시(애교 빼면 시체)'를 비롯해 '팬아저(팬 아니어도 사진 저장)', '일생가(일상 생활 가능하냐)' 등이다.
최근에는 특정직업군에서 사용하는 은어나 신조어도 이제 일반인들이 마치 신조어인양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더 충격을 주고 있다. '따상(상장 첫 날 시초가의 2배 가격에 공모가 형성, 이후 상한가)'이나 '동학개미운동(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 등의 신조어가 그것이다.
■자연스러운 현상 vs 소통 중시해야
전문가들은 줄임말이나 은어 사용의 경우 자칫 세대간, 특정 그룹간 소통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어나 줄임말을 모르는 사람들은 소외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은어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면서 "은어를 사용하며 다른 그룹과 소통할 때에는 벽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듣는 사람을 배려하는 언어사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언어가 여러 사람들을 소통시키기 위한 것이는 이유에서다.
국립국어원 이대성 연구원은 "김현아 이전에도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등 줄임말은 있어 왔다"면서 "최근의 신조어 남발은 편의와 재미를 위한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언어가 소통을 위한 것인 만큼 언어의 소통을 중시하는 풍토가 줄임말 등 신조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csy153@fnnews.com 최서영 김준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