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수산업 담당 공무원이 어촌계장 시켜 새우젓 선물..뇌물“

      2020.10.12 06:00   수정 : 2020.10.12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수산업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경기도청 간부가 어촌계장을 시켜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에게 지역특산물인 새우젓 1000여만원어치를 보낸 것은 뇌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은 김포어촌계 계장 B씨에 대해서도 뇌물 공여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A씨는 2013∼2014년 B씨에게 퇴직한 경기도청 공무원과 경기도의회 의원, 해양수산부 공무원 등 총 329명의 명단과 집 주소 등을 건네주며 지역 특산물인 새우젓을 보내라고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기도내 각종 수산업 관련 국가 및 지방보조금 지원 사업의 지도와 어로기간 설정 및 불법 어로행위 등 어업 관련 단속업무, 어업 관련 어민 지도 업무 등을 총괄했다.


B씨는 A씨 지시에 따라 매년 9∼10월 추석을 앞두고 전 현직 공무원들에게 한 상자에 3만원 가량의 새우젓을 택배로 보냈다. B씨는 김포 지역 어민과 강화 지역 어민의 새우 조업구역과 조업방법에 대한 분쟁 해결 과정에서 김포 지역 어민들에 유리하도록 어업지도를 해 줄 것과경기도에서 시행하는 보조금 관련 사업과 어로행위 관련 단속 업무시 편의를 봐 줄 것을 부탁하기 위해 A씨 지시를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아들이 수산업경영인 자격을 얻는 데 필요한 교육이수확인증 등 위조된 서류를 공무원에게 제출해 위조사문서를 행사한 혐의와 아들이 수산업을 이어받을 것처럼 서류를 꾸며 나라에서 수산업경영인 육성자금 5000만원을 지급받은 혐의(사기) 등도 받았다.

B씨는 재판과정에서 “새우젓 조업사실 등을 홍보하기 위해 어촌계 명의로 보내는 것보다 A씨 이름으로 보내는 것이 홍보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보낸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은 “A씨는 새우젓 발송 명단 작성에 관여했고 B씨가 자신 명의로 새우젓을 발송하는 사실을 알았다”며 “피고인들의 관계 및 김포어촌계와 A씨의 직무관련성, A씨 명의로 새우젓을 발송한 것이 김포어촌계의 홍보목적이거나 의례적인 선물로 보기 어려운 점,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A씨 또는 경기도청 수산과와 무관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새우젓을 총 329명의 사람들에게 선물로 발송한 것은 뇌물”이라고 봤다. 1심은 B씨의 나머지 혐의도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에겐 10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반면 2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회통념상 329명이 새우젓을 받은 것을 A씨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뇌물 혐의는 무죄로, 다른 혐의는 유죄로 보고 B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A씨는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들간 새우젓 제공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존재하고 이런 제공방법에 관해 A씨가 양해했다고 보이므로, B씨의 새우젓 출연에 의한 A씨의 영득의사가 실현돼 형법상 뇌물공여죄 및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며 “공여자와 수뢰자 사이에 직접 금품이 수수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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