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힌트 얻는 '생태모방기술' 2035년 76兆 시장 연다

      2020.10.11 16:56   수정 : 2020.10.11 18:07기사원문
정부가 생물체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해 산업에 적용하는 '생태모방'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다.

생태모방기술이란 진화를 통해 적응한 생물체의 구조와 기능, 시스템 등을 기술에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로 운동화 등에 사용되는 '찍찍이(벨크로)'는 1955년 스위스에서 도꼬마리라는 식물의 가시를 모방해 만들어졌다.

현재도 상어 피부의 구조를 모방한 무저항 수영복, 식물의 광합성 기능을 모방한 태양열전지판 등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2035년까지 생태모방기술에서만 약 76조원, 6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 생태모방기술 걸음마 단계


1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7년 부처별 혁신성장 선도사업으로 생태모방기술 개발사업을 선정하고,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312억원을 지원해 생태모방 기반 환경오염관리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공기정화 식물의 구조를 모방해 실내공기오염 저감장치 등을 개발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생물모방기술의 선봉에는 국립생태원이 있다. 국립생태원은 생태모방에 적합한 생물, 생태특성을 발굴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김기동 국립생태원 생태정보연구실장은 "생태원의 역할은 자연계의 생물, 식물 정보를 모아서 산업화에 제공하는 역할"이라며 "하나의 기술이 나오는 데는 자연 모방 연구 10년, 기술화에 11년 등 평균 21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포항공대, 서울대 등 공학분야에서 생태를 모방한 재료, 에너지시스템, 기계, 로봇개발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경상북도, 전라남도 등 지자체도 미래성장동력으로 생태모방기술 산업 계획을 속속 수립하고 있다.

이동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는 '생태모방기술의 동향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생태모방기술의 산업적 가치를 깨닫고 관·학·연이 협력해 기술 연구개발, 제품화에 힘쓰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정부, 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가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체계적 지원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기관 간 협력, 정부 지원 절실


지난해 미국 경제성 분석 전문기관 'FBEI'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2035년까지 생태모방산업에서 약 76조원의 경제가치, 65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 정부, 기업, 연구기관 등이 장벽을 없애고 융합연구를 진행 중이다.

독일은 이미 2011년 생태모방 산·학·연 네트워크인 '바이오콘(BIOKON)'을 설립하고 국제표준화기구 생태모방기술 분과(ISO) 사무국을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미국도 생태모방DB 및 검색시스템 개발 포맷 '에스크네이처(AskNature)'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도 생태모방 국가표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매년 생태모방 엑스포를 개최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현재 국내외 생태정보DB 구축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 중으로 2023년까지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현재 환경부, 국립생태원, 경상북도, 전라남도, 경산시, 한국기계연구원이 생태모방기술 개발 촉진을 위한 6자간 MOU를 체결했다"며 "국외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미국 FBEI와 협업을 진행하고 국제표준화기구 생태모방분과 의결에 참석하는 등 국내외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생태모방기술에 대한 관심이 싹트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청색기술개발촉진법안'이 발의됐으나 논의 없이 자동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색기술개발촉진법'을 대표 발의했다.
청색기술은 생태모방기술의 일환으로 자연현상, 생태계 또는 생명체의 기본구조 또는 원리를 응용해 자체정화능력, 적응능력 등을 산업에 적용하는 미래기술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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